[란코프] 북한, 6·25에 대한 태도 바꿀까
2024.07.25
북한은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식 세계관에 기반을 둔 명칭입니다.
수십 년 동안 북한 언론과 어용작가들은 6·25전쟁을 다루며 이것을 조선인민군과 미군의 싸움으로 묘사했습니다. 북한 공식 자료는 6·25전쟁을 묘사할 때 실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중국 군대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고, 한국군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6·25를 이렇게 묘사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인민과 미국 제국주의의 투쟁으로 묘사함으로써 민족주의의 힘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군에 대해 언급한다면 6·25가 국제 전쟁이 아닌 사상의 대립이 초래한 한반도 내전의 성격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군대의 참전 역시 순수한 민족주의 담론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 군대도, 남한 군도 6·25에서 삭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 묘사하는 6·25전쟁은 영광스러운 조선인민군과 악독하고 끔찍한 미국 제국주의가 싸우는 모습입니다.
다만 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는 미국 제국주의의 희생자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북한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극소수 배신자들을 제외하고 남조선 인민들 대부분은 북한을 지지하고 김일성을 자신의 수령으로 모시고 해방을 꿈꿨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일부 사람이 미국 제국주의를 믿어서 그들과 협력하기도 했지만, 소박한 사람들은 조만간 진실을 배워 북한을 따라 가고 싶은 참된 조선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이야기가 역사적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한에 대한 태도를 크게 바꿨습니다. 작년 말부터 북한은 남한이 통일 대상도 아니고, 동포들이 사는 나라도 아니고, 이웃 적대국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우리는 이와 같은 새로운 태도가 북한의 공식 미술과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한국을 적대국가로 묘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북한 어용작가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남한 특히 남한 사람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6·25 전쟁의 만행을 이야기하며 그 만행을 감행한 사람들이 무조건 미국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한국전쟁 시기 제일 심한 만행을 감행한 사람들은 양측의 군대였을 겁니다. 이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국내 정치 대립으로 발발한 전쟁에서 목격되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신천 양민학살이 그렇습니다. 학살이 일어났을 때 그 지역에 미군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북한 측이 미군의 만행으로 주장한 이 사건은 우익 단체 사람들이 감행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은 영화나 소설에서 미국보다 남한 사람들을 더 참혹한 학살자로 등장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북한 정권은 남한과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정책을 장기간 실시할 결심을 한 것이며 남한 사람들을 증오하게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정이 실제로 내려질지, 그 답은 2~3년 이후 나올 북한 작품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