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경제성장에 대한 흥미로운 의심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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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제3국에서 북한 사람들과 만난 적이 많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무역일꾼들도 있고 파견 노동자들도 있지만 주로 장사를 하는 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즘 그런 사람들과 만날 때 조금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어서 대표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북한상황에 대해서 얘기할 때, 저는 북한경제가 김정은 지도부가 경제개혁을 시작했을 때부터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발언을 할 때, 저와 이야기하는 북한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조금 놀라는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말 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런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들은 약간 의심을 표시합니다.

한편으로 이것은 매우 이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2-13년부터 북한은 사실상 1980년대 중국의 개혁과 매우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사례는 사회주의 기업관리 책임제도입니다. 당연히 1980년대에 개혁을 시작한 중국처럼 북한도 경제가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의 모습은 10년전과 매우 달라졌습니다. 시골도 상황이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왜 잘 깨닫지 못한 것처럼 보일까요?

흥미롭게도 제 개인 경험을 생각하면 북한 사람들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소련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1970년대 말까지 소련경제는 아직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발전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생활수준이 조금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갈수록 이 사실을 인정하는 소련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련경제는 빠르지 않더라도 성장하고 있었지만, 소련사람 대부분들은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당시에 소련사람들은 외국생활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활을 10-15년 전의 생활과 비교하는 대신에, 이웃나라 특히 잘사는 자본주의나라 사람들의 생활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북한사람이 볼 때 당시 1970년대 소련은 천국만큼 잘 사는 나라였지만, 소련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북한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영국이나 일본, 미국등과 비교했습니다. 당연히 소련 생활은 당시에 이들 자본주의 국가보다는 매우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3국에서 만날 수 있었던 북한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다 중국이나 러시아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불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해외생활을 잘 알 수 없는 북한사람 대부분이 이러한 불만이 있는지는, 저와 같은 관찰자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도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지도부와 집권계층 입장에서 이것은 위험한 상황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조선 지도부는 나라를 고립시키고 인민들을 강력히 통제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경제를 빨리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별 문제없이 경제발전이 지속되고 인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면, 이러한 불만이 많이 확산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요즘에 이 사실을 잘 알고,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상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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