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농민, 농사지을 자유 얻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3.10.05
[란코프] 북한 농민, 농사지을 자유 얻나 강원도 원산시 인근 논에서 농부들이 추수를 하고 있다.
/A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최근 북한에서 좋은 소식이 거의 없습니다. 가끔은 들려옵니다. 분조관리제를 수정했고 이제부터 농장원 개인담당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분명 좋은 소식입니다. 이 소식이 맞다면 백 년 뒤 북한 역사를 배울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핵실험보다 더 중요한 소식일 것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은 개인담당제를 양강도 혜산시의 일부 협동농장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좋았고, 이제부터 전국 여러 지역에서 개인담당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의 전언이 맞는다면 이는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실시한 토지개혁의 첫 단계와 매우 비슷합니다. 중국은 토지개혁을 시작하면서, 수천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기근 문제를 약 7년 만에 해결했습니다. 오늘날 중국 백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유는 1970년대 말 시작된 가정담당제의 실시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윁남)에서도 같은 방식의 농업 생산이 성공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기본 이유는 국내 정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당국자들은 농민들이 국영기업이나 별 다를 바 없는 협동농장에서 일을 하는 대신 개인농이 된다면 그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는 과장된 것이었습니다.

 

세계 역사를 통해 여러 번 증명된 것처럼 농민들은 외부 선동을 받지 않는다면, 반정부 운동, 혁명운동을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혁명이든 공산주의 혁명이든 핵심 주도 세력은 대도시 지식인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개혁,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북경을 비롯한 몇 개의 큰 도시에서 발생했고 공산당에 반대한 사람들은 청년 학생들과 지식인 그리고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물론 개인담당제는 첫걸음일 뿐입니다. 매우 중요한 미지수는 북한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자유를 가질 뿐만 아니라, 수확된 농산물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 농민들이 농사지을 자유가 있어도 수확한 농산물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팔 수 없고, 국가가 정한 가격에 따라 팔아야 한다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농민들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는 있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윁남)만큼 큰 성공을 얻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을 자유롭게 관리, 처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또 하나의 걱정도 없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본 바와 같이, 북한지도부는 합리주의적인 경제 개혁을 얼마 동안 실시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실시한 7.1조치로 알려진 경제개혁 조치입니다. 당시 북한은 새로운 정책 덕분에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자, 북한 지도자는 갑자기 이 정책을 그만두고, 경제 경영방식을 다시 시대착오적인 국가중심경제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말에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선례에 비춰보면 이번에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개인담당제도 지속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농업은 제일 어려운 분야인데요. 개인담당제는 농업위기를 가장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북한이 이 길로 몇 년 동안 계속 간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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