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 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을 보면 지금까지 금기시 되어오던 탈북자 문제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사례는 탈북 후 남한에 정착했다가 최근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박정숙씨에 관한 보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 선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전혀 언급하지 못했던 탈북자문제를 어느 정도 다루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작년 말 김정은이 당 제1서기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북한 언론은 탈북자 문제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탈북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은 2만5,000명 가까이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전체 북한 인구의 0.1%가 남한에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정치, 사회세력입니다.
북한당국자 입장에서 늘어나고 있는 탈북자는 적지 않은 위협입니다. 최근에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친족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전화를 걸 수도 있습니다. 결국 탈북자들을 통해서 북한으로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이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친척에게 보낸 돈도 중요합니다. 지금 함경북도나 양강도에서 탈북자 가족을 둔 집이 잘 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사실도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가족들이 잘 사는 것은 남한이 그만큼 잘 살고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 정부가 탈북 문제를 무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는 그렇게 무시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깥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김정은 제1위원장은 쇄국정책, 고립정책만이 체제유지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요즘에 북한 당국자들은 국경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탈북을 막으려 노력할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에 대한 거짓 선전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박씨의 인터뷰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탈북자들이 배신자이지만 남조선의 꾐에 넘어가 탈북한 것을 후회하고 북한에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은 따뜻한 조국의 품으로 다시 받아준다는 것입니다. 소박한 사람들은 당국의 이런 선전을 믿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까지 해서 북한에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남한에서 고생이 많았다고 주장해서 탈북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큰 실수라는 사실을 주민들이 믿게 하자는 것입니다.
나는 소련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사람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전은 1970년대 소련에서 경험했던 선전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소련에서도 합법적으로 외국에 이민간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련 공산당 정권은 이와 같은 대량 이민을 막기 위해 북한의 선전과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소련을 떠나 외국으로 간 사람들은 외국에 도착한 다음 고생이 많고 어려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련당국은 이렇게 주장하여 이민 가는 것이 고생길이라는 선전을 전개했습니다.
당시 이와 같은 선전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수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이민을 갔고 소련 어용 언론들까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는 당시 그들이 고생만 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북한 주민들도 남한생활에 대한 당국의 선전을 들으면서 비슷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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