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소련이 왜 무너졌을까?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09.12.31
소련이 왜 무너졌을까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이 질문을 자주 합니다. 북쪽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소련 붕괴 이유를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까지 소련을 방문한 북한 사람들에게 소련은 지상 낙원처럼 보였을 겁니다. 시골이라고 해도 사탕, 물고기, 과일 통조림이 배급 없이 싸고 자유롭게 팔렸고 러시아 주식인 빵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무 제한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는 훨씬 좋았습니다. 고기가 자유롭게 팔렸습니다.

소련 사람들이 사는 집을 한번 가본 북한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1970년대 소련에서는 일반 노동자가 북한의 도당 간부처럼 살았습니다. 집마다 세탁기도 있었고, 냉장고도 있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도 예외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지상 낙원처럼 보인 소련이 도대체 왜 무너졌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1989년에서 1990년 사이 소련에서는 반공산주의,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북한 간부들보다 잘 살던 소련 노동자와 회사원들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의 거리로 나와 공산당 정권과 싸웠습니다. 1989년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공산당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무려 50만 명이었습니다. 반대로 공산당이 소련 체제를 지키자는 시위를 조직했을 때는 고작 만 명도 안 되는 사람이 모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전혀 궁핍해 보이지 않았던 소련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당시 소련 사람들의 비교 대상은 북한과 같은 빈곤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독일이나 영국과 같은 발전된 나라와 비교했습니다. 1960년대 초 소련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영국이나 독일에 미치지 못했고 1960년대 말부터는 더 빠른 속도로 경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나라들의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습니다. 결국 1960년대에도 적지 않았던 격차가 7~80년대에는 더 커졌습니다.

1970~80년대 소련을 방문한 북한 사람들은 소련 노동자들이 북한 간부보다 잘 산다는 것을 직접 보고 놀랐지만, 이 시기 소련 사람들은 이미 미국의 일반 노동자들이 소련의 간부보다 더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침체에 빠진 경제 때문에 이러한 경제 격차를 극복할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잘 알았습니다. 결국 소련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공산당을 전복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당시 소련 사람은 공산당이 전복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만, 이것은 과장된 기대였습니다. 이후 소련은 얼마간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야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를 버린 러시아의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아직도 러시아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처럼 잘 살지는 못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생활 격차는 소련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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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2016-10-15 16:55

소련은 왜 어떻게 무너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