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민둥산, 나무심기와 소토지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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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노동신문은 올해 나무를 많이 심어서 산림복구를 많이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물론 노동신문의 주장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사실이 아닌데 매우 과장된 이야기도 많고, 거짓 선전도 많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 나무심기를 많이 하기 시작한다면 참 좋은 소식입니다.

북한에 가 보면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민둥산, 나무가 아예 없는 벌거숭이 산입니다. 저는 조-중국경을 많이 가 보았습니다. 국경지역에서 중국 산과 북한 산을 구분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중국산이면 거의 확실히 나무가 많고, 북한 산이면 대부분의 경우 나무가 없습니다. 남한에는 모든 산에 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남한은 인구밀도가 높지만 숲이 너무 많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 나무들은 새로 심어진 것들입니다. 1945년 분단직후 남조선도 북한도 둘 다 나무와 숲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와 남한정부, 정확히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서 남한은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큰 나무심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10년이나 15년 이내에 나라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기후도 환경도 비슷하니까, 북한에서도 나무심기를 잘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수준과 기계수준을 감안하면, 1960-70년대 남한의 수준과 대체로 비슷합니다.

북한당국도 마음만 먹는다면 나무심기를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 사업을 조금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바로 뙈기밭입니다. 북한 산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은 나무가 없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특징은 가파른 기슭에 작은 밭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농민들과 작은 도시 시민들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는 소토지들입니다.

당연히 북한 백성들은 정부가 소토지에 나무를 많이 심기 시작한다면 반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소토지 없이 살기가 매우 어렵고 굶주림에 빠질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새로 심은 나무를 몰래 많이 뽑아버리고 없애 버리게 됩니다. 당국자들이 중벌로 다스리겠다고 위협해도 도움이 될 지 의심스럽습니다. 나무마다 초소를 세울 수도 없고, 하루 종일 산림을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나무를 잘 심고 가꾸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인민들이 소토지 없이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 백성들도 당연히 나무심기에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참가할 것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러시아의 경우를 보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하는 매우 낙후하고 시대착오적인 체제를 없애고 개별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방식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김정은정권이 등장하자 6.28 방침이 내려졌고 이와 같은 개별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개혁이 어느 정도 시작되었습니다. 분조관리제도 포전담당제도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나무를 지키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북한의 시골 상황을 감안하면 농민들이 소토지 없이 살 수 있는 단계에 아직 이르지 못했습니다. 북한 농민들이 평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잘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소토지를 개발하느라 산에 있는 나무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고 나무가 무성한 숲의 모습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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