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호주 곳곳에 뻗은 한국붐

저는 지난 보름간 호주에 있다가 월남을 거쳐 오늘 서울에 왔습니다. 물론 그 동안 본 것이 아주 많습니다. 이번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한국의 세계화입니다. 요즘에 온 세계에서 한국 제품, 한국 사람, 한국 회사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공산국인 월남에서는 한국말 간판이 너무 많고, 월남 도시 거리에는 남한에서 수입된 현대나 대우차가 즐비합니다.

그러나 제일 재미있는 일은 멀고 먼 호주에서 생겼습니다. 지난 주말 저는 친구와 같이 호주에서 제일 큰 도시인 시드니에서 400여 키로 정도로 떨어진 작은 마을에 내려 갔습니다. 갑자기 제 친구가 한국말 간판을 봤다고 해서 차를 멈추고 보니 정말 한국말 간판입니다. 간판은 ‘스키’라고 돼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 봤더니 한국 사람들이 경영하는 스키연습장이었습니다. 왜 호주의 한적한 지방에서 이러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키 연습장이 생겼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외국여행을 너무 좋아합니다. 매년마다 해외로 갔다 온 한국 사람들의 숫자는 8백만명에 달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해마다 한국사람 6명 중에 한명은 해외로 갑니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은 호주로 갑니다. 특히 호주에서 7,8월은 겨울철입니다. 산에서 눈이 내리니 스키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호주로 여행하려면 가격은 미화로 1400달러 정도입니다. 1400달러는 한국 사람들에게 별로 큰 돈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1400달러는 잘 못사는 근로자의 월급입니다. 한국에서 평균적인 월급은 2400달러 정도입니다. 의사나 교수처럼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매월마다 5000달러를 받습니다. 그래서 호주로 구경하기 위해서 1400달러를 사용하자고 하는 한국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여름철이면 스키를 하려 호주로 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간 한국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아까 말한 대로 누군가 호주 지방에서 스키 연습장을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스키장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큰 버스가 왔습니다. 알고 봤더니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모두가 한국에서 나온 관광객들, 주로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 덕에 이들은 부모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던 호주 스키 여행을 대수롭지 않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