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검찰 조사 결과 북한의 납치공작조가 1999년 부터 2001년 까지 40여명을 북한으로 납치했다는 보도는 노무현 남한 대통령이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뒤업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의문하는 이동복 전 남한 명지대 교수의 논평입니다. 논평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지난 2000년1월 북한이 중국 동북의 지린성 옌지에서 남한의 김동식 목사를 강제로 납치하여 북한으로 데려간 사건은 지금 남북한과 중국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 12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는 중국의 공안당국이 김 목사의 피랍현장을 조사한 남한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을 완력으로 저지한 사건이 발생하여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일 아침 남한의 조선일보는 보다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남한의 검찰당국이 그 동안의 수사를 통해 북한이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산하에 탈북자와 남한인사 납치를 전담하는 공작조를 운영해 왔고 김 목사의 납북도 이 공작조에 의하여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이날 조선일보 기사에 담겨진 충격적 내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남한의 검찰은 북한의 이 납치공작조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사이에 20여회에 걸쳐 40여명을 북한으로 납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물론 남한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김 목사 납치조의 일원으로 지금 남한에서 수사당국에 신병이 확보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류화영은 그 자신이 속했던 납치조가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납치해서 북한으로 데려간 사람들만 해도 7회에 걸쳐 15명이나 된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이제 이 엄청난 사건은 그 뒷마무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남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토대가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 11월13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관계협의회에서의 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에 대하여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북한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개혁ㆍ개방을 통하여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그의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지난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으며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노무현 정부의 수사당국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직영하는 납치공작조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의 사이에 수십 건의 납치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의 논거가 뒤집어진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밝혀진 내용 가운데는 일본과 북한 간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납치조는 1960년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남편을 사별한 뒤 딸, 아들, 며느리를 데리고 중국으로 탈출했던 한 일본여성을 그의 전 가족과 함께 1998년 다시 북한으로 납치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작년 11월 납북일본인 중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공중폭파범의 하나인 김현희의 일본어 선생이었던 다쿠치 야에코와 또 하나의 납북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와 관계에 관하여 조작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엉뚱한 정보를 일본 측에 제공하여 일본의 국내여론을 크게 악화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 하여 이미 한번 납치되었다가 탈북한 일본여성의 “나는 일본인이다. 제발 살려 달라”는 애소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하게 그를 다시 납치했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진 것입니다. 가뜩이나 악화된 일본의 대북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이번에 남한 수사당국이 밝혀 낸 북한의 납치행위는 중국의 입장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남한으로 가려고 하는 재중 탈북자들을 체포하여 북한으로 보내는 중국 당국이 북한이 운영하는 납북공작조의 활동은 방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음이 들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한의 노무현 정부의 대응입니다. 과연 앞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국제공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속 “북한은 이제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고수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