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중국은 ‘가짜 천국’ 오명 벗어야


2007.08.06

문명호

8일은 베이징 올림픽 D-1년을 맞는 날이다. 그런데 지금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선 식품에서부터 의약품 어린이 장난감과 자동차 용품 등 거의 전 제품에 걸쳐 가짜가 나돌고 있어 이러고도 과연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소리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제 가짜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은 중국의 곳곳을 돌아 본 뒤 ’중국이라는 거짓말‘이라는 책까지 썼다. 무엇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식료품과 의약품들이 문제다. 가짜 분유로 중국내에서 수십 명의 아기들이 사망하고 신체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가 하면, 발암물질 색소로 만든 가짜 고춧가루, 타르로 물들인 검은 깨가 있는가 하면 공업용 파우더와 백반으로 흰자를, 칼슘 염화물질로 노른자를, 파라핀 왁스로 껍질을 만든 가짜 달걀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광저우에서 가짜 주사제를 맞고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요즘 가짜 신상품으로 수혈용 혈액까지 나왔다는 보도다.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가짜 술, 유해 물질이 든 화장품, 가짜 명품 의류, 가짜 자동차 부속품과 가짜 복권, 가짜 여행상품 등등. 중국에서 “사람 빼고는 못 만드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주 베이징선 주중 한국대사관의 황정일 정무공사가 대사관 밖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먹고 심한 복통을 일으켜 베이징의 한 병원에 가 링거를 맞다가 사망했다. 중국 경찰은 링거액이 가짜인지 조사 중이라고 한다. 황공사가 숨진 날 하얼빈에선 가짜 알부민과 수혈용 주사액, 광견병 백신 등 67개 품목의 가짜 약품을 만들어 팔아 온 중국인들이 체포됐다.

세계보건기구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연간 3억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식품이 유발하는 질병에 걸린다고 한다. 물론 중국에서만 가짜 상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제 가짜 상품은 거의 전 품목에 걸쳐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많은 중국제 가짜 제품들이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다가 가고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애완동물 사료, 치약, 수산물, 자동차 타이어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리콜 또는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데 이어 1일 최대의 완구 업체인 마텔사는 중국제 어린이 장난감에서 인체에 유해한 납이 든 페인트가 칠해 진 83종 150만개의 장난감을 리콜 조치했다. 중국산 가짜가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 가짜 제품들이 인체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자, 중국 당국도 베이징 올림픽 1년을 앞둔 8일부터 ‘베이징 올림픽 식품안전 가동체제’를 가동시켜 올림픽 때 제공될 모든 식품에 대해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식품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중국에서 나오는 전 제품에 대해 관리 감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중국 밖의 눈으로 보면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세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해 가고 있지만 시장경제의 근간인 윤리의식과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최근의 골판지 만두 조작사건 이후 베이징 당국이 언론에 대해 중국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은 일절 보도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의 보도 내용이다. 그야말로 잘못된 조치다. 부정적인 모습을 보도하지 말란다고 해서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감추어 질 수는 없다. 뿐 더러 보도를 통제하는 처사야 말로 개혁 개방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중국은 오히려 올림픽을 앞 둔 이번 기회에 가짜 제품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관리로 ‘가짜 천국’ 이라는 오명을 씻고 시장경제의 윤리와 신뢰를 세우기 바란다. (2007.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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