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2006.11.07
지난 주 베이징에서 비공식 협의를 가진 미국, 중국,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도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사이에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 해결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차관보는 “6자회담이 11월, 혹은 12월에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11월에 열린다면 지난해 11월 제5차 회담 이후 중단된 지 근 1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북한이 회담복귀를 결정한 배경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여하간 북한의 복귀 결정은 잘 된 일로 평가하고 싶다. 북한의 회담복귀 발표에 6자회담 참가국들은 물론 국제사회가 모두 환영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문제는 회담에 임하는 참가국들, 특히 북한이 과연 진지함과 성실성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날 서방국가들은 북한과의 수많은 대화와 회담을 통해 북한이 엉뚱한 주장이나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단순히 시간을 끄는 전술로 대화를 틀고 진전시키지 않은 사례를 수 없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실 이번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도 또 다른 감추어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처음부터 의혹을 갖고 북한을 주시하는 서방 관측통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제제재를 피하거나 완화시켜 보려는 의도라든가,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식량, 비료 등 지원을 계속해 받으려는 속셈이라든가, 회담복귀로 시간을 벌어가며 핵개발을 계속해 나가려는 단지 전술적 변화일 뿐이라는 의혹들이다.
북한은 어차피 금융제재 문제가 해제되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 미국을 비난하면 그만일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있다. 이같이 북한을 보는 서방의 의혹과 회의론 근저엔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불신을 일시에 씻고 신뢰를 회복하기엔 어려운 일이지만 점차로 덜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회담에 복귀해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전혀 인정하지 않는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한다거나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장에서 엉뚱하게도 “6자회담은 핵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은 회담 자체를 변질시키거나 깨려는 의도나 다름없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다시 열릴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지난해 9·19 공동성명대로 핵을 폐기하도록 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물론 6자회담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회담재개 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믿을 수 없다. 북한이 6자회담에 진정 성실성을 보이려면 회담 참가국들 그리고 국제사회 모두가 요구하는 핵개발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핵 포기만이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세계에 보이는 것이다.
만일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이 앞서 언급한 무리한 행태를 또 다시 보인다면 6자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더욱 높아가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 한층 가해질 것이다. (2006. 11.5)
문명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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