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미주, 중동 등으로 번지고 있는 한류 현상을 지켜 보며 한민족의 정신과 미를 담은 한류를 찾고 개발하는데 남북한의 협력을 기대하는 남한 언론인 문명호 씨의 논평입니다. 논평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2004년 한국인들의 말에 자주 오르내리고 또 그만큼 호감을 갖게 한 용어는 한류이다. 호감을 넘어 상당한 자긍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논평자가 매스컴을 통해 간간 접했던 한류의 현장을 보고 실감했던 곳은 베트남의 하노이에서였다. 베트남 언론인들과의 세미나를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하노이 시장엘 잠깐 들렀다. 그랬더니 그곳에 남한의 인기 탤런트, 인기 가수들의 사진과 노래 앨범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진뿐 아니라, 여성 화장품도 프랑스제 고급 화장품 보다 남한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배우들이 쓴 한국산 화장품을 더 찾는다는 것이었다. 미용원에선 남한 드라마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이 또한 인기였다.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는 한국어로도 이어져 베트남에서도 한국어과 입학 경쟁률은 영어과 다음으로 높다. 미얀마(전 버마)에서도 남한 드라마의 영향으로 시골에서도 ‘안녕하세요’ ‘오빠’ ‘감사합니다’는 말을 알아듣는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문화원은 한국어 강좌를 찾아오는 중국인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동남아에서 한국어 열기가 가장 높은 홍콩에서도 시티대의 첫 한국어 강좌 개설 이후 중문대, 홍콩대, 침례대 등이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을 보기 위해 도쿄 공항에 수천 명의 일본 여성들이 몰려나오고 일본 여성들은 ‘겨울연가’의 무대인 남이섬과 춘천까지 찾아와 쓰레기를 주우며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이쯤 되니 일본 남성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할 만도 하다. 일본 여성들의 이 같은 한류 열기에 대해 니혼대학의 오무라 마사오 심리학 교수는 “한류 드라마가 편안함과 향락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간, 특히 진실한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중년의 아줌마들에게도 청춘을 되찾아 주었다”고 진단했다.
12월 19일 일본 NHK 위성방송은 장장 8시간동안 한류 특집방송을 했다. 한류 열풍은 남한 드라마 ‘겨울연가’로부터 시작되어 문화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문화과학성 자료에 의하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일본 대학 수는 1995년 143개 대학이었으나 2003년 335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한류는 중앙아시아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고 주우즈베키스탄의 문하영 한국 대사는 전하고 있다. 지난 9월 부임한 며칠 뒤 처음 만난 우즈베크 외무부 국장은 “겨울연가를 보았느냐”면서 자기는 온 가족이 재방까지 4번이나 보았다고 해 놀랐다고 한다. 지방 3개주를 돌아보았는데 그곳 부지사가 시골에선 노인부터 아이까지 온 동네 사람들이 저녁 후 공회당에 모여 '겨울연가'를 보았다고 해 더욱 놀랐다고 했다.
우즈베크인들은 대우 차를 타고 삼성 아파트에 살며, LG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DVD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얘기한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2천6백만 명으로 중앙아시아 최대국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요즘 북한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탈북자들에 의하면 요즘 평양 등 대도시 젊은이들 사이에 서울말과 남한에서 하는 하트 모양 두 손 제스처 등이 유행하고 있으며 남한 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류 바람은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에도 불어 대학이나 한국문화원, 한국학교를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며 코리아를 더욱 세계에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때는 코리아의 이미지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국제 감각이 뒤떨어지고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 예술 학술 등 한마디로 문화 콘텐츠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월드컵 4강'에만 놀라고 만족해했다. 그 감격적 순간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지금 아시아를 넘어 불고 있는 한류가 몇몇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들의 미소와 목소리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국제 감각을 갖고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정신이 담긴 언어와 문학 음악 예술 출판으로 넓혀지고 고양되어야 한다. 한민족의 정신과 미를 담은 한류를 찾고 개발하는 데서 남북한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함께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