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2중 전술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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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들어 남한을 협박하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2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5일 남한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시비삼아 "청와대를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17일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 참관을 보도하는 등 대남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작년 10월 남한 정부가 제안했던 옥수수 1만t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15일 알려왔습니다. 전날인 14일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협박과 대화라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을까요?

우선은 북한 권력층 내에 대남정책을 둘러싸고 정책 혼선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듭니다. 노동당과 내각은 파탄 지경에 이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남한의 지원을 얻어 내려하지만, 군부는 자기들의 체제 위협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당과 내각 측은 옥수수도 받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하겠다는 자세이지만 군부는 '청와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겠다'는 식의 강경 투쟁노선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이 기대했던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반도 평화협정 회담도 제대로 안 되고 화폐개혁 이후 민심혼란이 심해지자 초조감에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인도적 부분과 경제협력 차원에서는 남한과 접촉을 할 것이지만, 6자회담이나 한반도 평화협정 회담 등에서는 남한 당국을 배제하려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이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북한의 탱크부대가 남한의 주요 도시를 공격 대상으로 상정해 기동훈련을 벌이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남침 계획을 아직까지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자신들은 상대방 체제 붕괴를 꾀하고 있으면서 남한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시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또 북한 급변사태 계획 수립문제와 관련, 남한 당국의 공식 발표도 아닌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무조건 협박부터 하고 나온 것도 경솔한 짓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협박이 상대측에 통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남한 당국과 국제사회는 대화와 협박을 밥 먹듯이 번갈아 써온 북한 당국의 수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협박에 대해서도 묵살해 버리는 모습입니다. 더욱이 깡패처럼 협박만 일삼는 북한 권력층을 향해 더 이상 지원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인도적 대북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북한 당국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뒤늦게 옥수수 1만t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협박 투쟁노선으로 나가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겠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