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북정상회담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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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김정일 위원장을 향해 남북 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이 조건 없이 만나 남북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일괄타결 방식에 의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주 며칠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을 겨냥해 대포만을 쏘아대는 위협적 자세로 일관해 왔습니다. 남북한의 이 같은 상반된 태도는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온 남r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밀 접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은 작년 11월 개성에서 있었던 비밀 접촉에서 3개의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첫째,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남측은 '비핵화'를 요구한 반면 북한은 '핵문제의 진전' 정도를 얘기했고, 둘째, 납북자와 국군포로문제에 대해서 남측은 대규모 송환을 요구한 반면 북측은 일시적 고향방문 허용 입장을 취했으며, 셋째, 식량지원 문제에 관해서는 북측이 사전에 주거나 또는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주장한 반면 남측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현시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나 풀어야할 핵심 과제, 즉 정상회담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 핵문제 해결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완전히 버리는 핵폐기 상황까지 가기위해서는 지난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핵시설 폐쇄부터 시작해 핵시설 불능화, 신고, 검증, 폐기, 사찰 등 여러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매 단계 의무를 이행할 때마다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거기에 상응하는 경제적, 정치적 보상을 해주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도 하에서 남측이 요구하는 '비핵화' 또는 '비핵화의 진전'이란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까지를 의미한 것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은 핵문제는 미국과 협상해야할 의제라는 입장에서 그동안 남한을 배제해 왔으며, 작년 11월 비밀접촉에서도 이러한 기조에서 '핵문제 진전'이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핵문제 진전'이란 그들의 6자회담 복귀를 염두에 두고 내비친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하여 남북 정상회담 결과, 설령 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와 회담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회담을 공전시키거나 결렬시킬 소지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를 짚어보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난제 중 난제인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남한 당국은 '비핵화' 또는 '비핵화의 진전' 개념에 관해서 미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입장 조율을 마친 다음 남한 국민들에게도 그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남한의 대북경제 지원을 제공할 경우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회담을 성급하게 서두를 경우,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우리민족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