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로버트 박 성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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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붙잡혀 있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북한 인권 운동가 로버트 박 씨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성적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로버트 박 씨의 스승인 존 벤슨 목사는 지난 4일 방송 인터뷰에서 로버트 박이 공포에 직면할 때 느끼는 불안 증세를 보이고 대화할 때조차 호흡이 격할 정도로 온전하지 못하여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와 함께 북한인권운동을 펼쳐온 조성래 씨도 입원사실을 확인한 후 평양에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성적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며 박 씨가 '북한은 독일 나치보다 악랄한 정권이란 말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성적 가혹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북한 정권의 비인간적인 태도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버트 박 씨는 작년 12월 25일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개선과 종교탄압 중지를 촉구하기 위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자진 입북했었습니다. 그의 입북은 북한 당국의 사전 허가는 받지 않았으나 공개리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외부의 간첩, 공작원, 범죄자가 아닌 순수한 인권 운동가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청년에게 북한 정권은 입북 직후 초주검 상태가 되도록 매질을 가했고,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성적 가혹행위를 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석방 직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박 씨가 북한이 인권을 보호해줬다. 북에선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것은 박 씨가 강압과 공포에 의해 허위진술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8월 납북자 고상문 씨와 유성근 씨를 강압적으로 북한 방송에 내보내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진 월북"을 밝히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경과한 오늘에 와서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박 씨를 정치적 이용물로 삼았습니다. 박 씨의 허위진술을 통해 북한에 인권이 보장되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시작했고, 또 대미관계 개선의 수단으로도 이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북중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여기자 2명을 억류한 뒤 미국과의 관계 개선 지렛대로 이들을 석방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북핵 문제를 놓고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씨를 석방함으로써,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박 씨에 대한 가혹행위가 밝혀지면서 북한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그동안 지하교회의 전도사를 잡아 공개 처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탈북자와 핸드폰 사용자를 사살하거나 총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이번 박 씨 사건은 독일 나치보다 더 악랄한 정권이 북한 정권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