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 더 이상 자충수 두지 말라

북한은 지난 18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오는 25일부터 금강산 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관련 소유자들이 금강산에 오지 않으면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의 현대아산과 관광공사 등 관련 기업들은 북한의 부동산 조사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남한정부는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몰수 의사를 내비치며 조사하겠다는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은 호텔과 골프장, 편의점, 음식점 등 관광 시설과 부두 및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 그리고 남한 정부가 건축한 이산가족 면회소 등으로 모두 합쳐 3억 7,000만 달러 규모입니다. 이 밖에도 현대아산은 2002년부터 2052년까지 금강산 관광을 위한 토지 임차와 사업권의 대가로 북측에 4억 8,669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북한이 왜 현시점에 와서 남측의 재산을 몰수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통한 외화벌이에 목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 이후 남한 정부는 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또 남한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남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들은 체도 않고 있다가 이제는 남측 부동산에 대한 몰수 협박까지 하고 나온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협박을 하면 겁을 먹은 남한 기업들이 남한 정부에 압력을 넣어 남한 정부가 태도를 바꿈으로써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그로 인해 막혔던 돈줄이 다시 트일 것이라는 계산을 하겠지만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남한이 요구하고 있는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입니다. 신변이 지극히 불안한 상황에서 목숨을 내걸고 금강산 구경을 갈 남한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또 자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남한 정부로서도 신변보장 장치가 없는 북한 땅에 자국민을 무책임하게 들여보낼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많은 관광객 유치를 원한다면 남측의 요구가 없더라도 외부 관광객에 대한 완벽한 신변안전 보장은 물론 모든 편의 제공을 스스로 약속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국제 수준의 규범과도 맞는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올 들어 '국제개발은행'과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등을 설립하여 외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 나라에 들어온 외부 관광객 사살에 이어 자기 땅에 투자한 외부 기업들의 부동산마저 몰수한다고 할 때, 남한이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이 도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남한의 기업들, 또 정부와 맺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국제 사회는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낙인찍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더 이상 자충수를 두지 말고 대외 신의를 지키며 국제 규범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