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역사의 우연이 가져다주는 통일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0.03.31
최근 서울에서 독일통일 20주년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제 하에 한 세미나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남한과 독일 통일문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 세미나는 독일통일 직전의 긴박했던 대내외 상황과 통일이후 독일의 재건을 돌이켜 보면서 한반도 통일을 전망하는 자리였습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어느 동서독 지도자도 독일통일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해 봄 서울을 방문했던 콜 서독총리도 독일통일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마 내 생전에 통일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할 정도로 통일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9년 11월, 동독이 여행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 조처의 발효시점을 무심결에 하루 앞당겨버린 부주의가 마침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뉴스를 듣고 동독 주민들이 장벽 쪽으로 밀려오자 상부로부터 아직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한 동독 경비대는 총을 쏠 것이냐 아니면 장벽의 문을 열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문을 열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남은 목숨이 3년, 길어야 5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캠벨 차관보는 지난 2월 3일, 서울에 와서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수명에 대해“모든 의학적 정보를 종합할 때 3년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뇌졸중, 고혈압, 당뇨에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은 김정일의 검은 손과 흰 손톱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증거라며 2주에 한번씩 신장 투석을 하고 있고 수술도 위험부담이 따라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4일,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증언에서 북한내 불안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양국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의 중앙집중식 경제와 황폐한 산업, 불충분한 농업기반, 영양부족의 군대와 주민, 핵무기 개발, 그리고 갑작스러운 지도부 교체 가능성을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의 근거로 꼽았습니다. 샤프 사령관이 지적한 북한 지도부 교체 가능성은 김정일 건강 악화와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승계 기반의 취약성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의미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 당국은 상인, 주민을 포함한 밑으로 부터의 저항과 핵문제로 인한 외부로 부터의 압박 등 사면초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폐개혁 실패를 계기로 60여년동안 축적된 북한체제내의 모든 모순, 문제가 일시에 폭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화폐개혁이라는 부주의가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사의 우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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