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연평도 훈련과 북한의 평화공세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0.12.22
북한의 도발협박과 중국, 러시아의 외교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남한 군은 지난 20일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훈련이 끝난 직후 북한은 “남한의 비열한 군사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훈련을 평가절하 하면서도 “2차, 3차의 강력한 대응타격이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개인자격으로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미사용 핵 연료봉을 남한으로 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서해 5개 도서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이 같은 평화공세를 하고 나온 배경이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수세국면을 벗어나고 이번 남한의 훈련에도 즉각 맞대응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자기들은 평화세력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데 그 의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평화공세는 과거에도 북한이 수없이 사용한 수법이어서 새로울 것도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동안 북한은 평화공세와 무력도발을 번갈아 사용해 왔습니다. 작년 8월~11월 사이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구하며 남북정상회담 등 평화공세를 펼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올해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을 자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평화공세에 대해 남한, 미국이 응하지 않을 땐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추가적인 핵실험 등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더욱이 이번 북한의 제의 속에는 핵 포기에 관한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한, 미국이 받아드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할 경우, 이들이 북한에 들어가 핵개발의심이 가는 지역이나 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사찰하도록 허용해야 되는데 북한당국은 그러한 보장을 전혀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미 노후화된 영변 플루토늄 시설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들을 모두 공개하고 사찰을 받아야 합니다.

국제 핵 사찰단이 영변에 있는 고철덩이 플루토늄 시설은 백번 보아도 별의미가 없으며 영변과 그밖에 3~4개 장소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사찰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용 연료봉의 남한 판매 문제도 지난 2008년,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를 전제로 남북간에 논의가 됐지만 북한은 불능화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산된 케케묵은 얘기입니다.

이제 북한 핵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농축 우라늄 시설의 폐기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울러 북한이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대남도발을 중지함으로써 그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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