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봄철 군 입대 초모(신병 모집)가 시작됐습니다. 자식이 어떤 부대에 가게 될지 걱정이 많은 부모들을 상대로 아들이 건설 부대에 가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돈을 뜯어내는 병역 브로커들의 사기 행각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추진하는 ‘지방발전 20x10정책’에 따라 최근 20개 시, 군에 식료공장 등 3개의 지방경공업공장이 각각 건설됐습니다. 올해도 20개 시, 군에 공장이 건설되는데 이 공사를 각 군단에 조직된124연대가 맡고 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28일 “올해 봄 초모가 시작되었다”며 “요즘 자식이 건설 부대에 가지 않게 해준다며 돈을 받는 사기꾼이 활개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엊그제 함흥 길거리에서 아들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사람에게 200딸라(달러)를 주었는데 그가 사라졌다며 하소연하는 주민을 보았다”며 “군사동원부 주변에선 군대에 가는 아들이 124연대에 배치되지 않게 도와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간 건설만 하다 제대되는 124연대
소식통은 “전국의 모든 시, 군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9년 더 있어야 한다”며 “올해 군대에 가는 초모생이 124연대에 배치되면 군복무 전 기간 건설공사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에 공사만 전문으로 하는 건설 부대가 여러 개 있지만 최근 당국이 중시하는 지방공장 건설을 맡은 124연대가 제일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20개로 알려진 124연대는 매년 당국이 지정한 지역의 공장 건설을 무조건 끝내야 합니다.
소식통은 “어느 부모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군대에 나가 10년간 여기저기 떠돌며 힘든 건설 노동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먹고 살기 바쁘니 요즘 새로운 사기꾼이 성행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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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초모가 시작되면 부모들이 더 바쁘다”며 “도 군사동원부를 수차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뒷바라지도 힘들지만 제일 큰 고민거리는 아들이 어떤 부대에 배치될까 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군사동원부나 군부대에 정확한 빽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이유를 물어보면 올해 입대할 아들이 있어 124연대에 배치되지 않게 손을 써야 하겠는데 믿을 만한 선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내 친구는 군부대 대열 일꾼을 하는 친척을 통해 아들을 좋은 부대에 배치해주겠다는 사람에게 2월 초에 300딸라(달러)를 주었는데 사기 당한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친구가 걱정하는 이유는 올해 초모생 대부분이 124연대를 비롯한 건설 부대에 가게 된다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초모생 아들을 둔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내 주변에 당장 군대에 나갈 자식을 둔 부모가 여러 명 된다”며 “이들은 어느 부대든 군대가 다 힘든 건 알지만 어린 자식이 건설 부대에 배치돼 10년간 힘든 (공사) 일을 하는 건 못봐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는 “돈이 있는 부모든 없는 부모든 어떻게 하나 자기 아들이 124연대나 건설 부대에 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이 활개치고 있는데 실제로 올해는 특별히 ‘군부대 선이 있으니 도와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