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앱 스트라바, 방북 기록 공개에 ‘화들짝’

앵커: 운동 기록 어플 ‘스트라바(Strava)’가 북한에서의 기록을 업로드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복원했습니다. 지도 기반 어플인 스트라바가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을 우려해서 내린 조치인데요,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방북한 관광 안내원이 공유

북한 전문 관광 안내원 조(zoe) 씨가 최근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 지도가 포함된 운동 기록을 공유했다가 ‘스트라바(Strava)’ 계정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조 씨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북한 라선을 관광 안내를 한 뒤, 출국 후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운동 데이터를 스트라바 어플에 업로드했습니다.

그러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상 ‘북한’에서 활동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자동으로 계정이 정지된 겁니다.

‘스트라바’는 GPS를 기반으로 달리기, 자전거, 등산 등 다양한 운동 기록을 관리하는 어플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190국 1억 3천 5백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운동한 거리와 통계 등 기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러너 여러분, 도움이 필요해요”라며 “스트라바 계정이 영구적으로 정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조 씨가 첨부한 스트라바의 정책에 따르면, 스트라바는 “불법적이거나 불법 활동을 조장하는 콘텐츠(수출 통제 및 제재 법률과 관련된 사항 포함)를 게시, 전송, 배포 또는 저장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 씨가 업로드한 북한에서의 운동 기록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대북제재위 패널 “과도한 규제 준수”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미국은 행정명령 13722에 따라 북한으로의 상품, 서비스 및 기술 수출, 재수출 그리고 북한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스트라바 공보실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스트라바의 규제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지침과 피드백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면서 “해당 지침에 반하는 활동이 발생하면 조사를 진행하며, 계정을 복구해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 서비스 제공이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스트라바는 북한에서의 운동 기록을 업로드하는 것이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 묻는 RFA의 질문에는 1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위원은 “이번 조치는 과도한 규제 준수의 사례처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13일 RFA에 “스트라바가 북한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아니고, 해당 사용자 또한 스트라바를 (북한에)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재수출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면서 과한 반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19년 4월 7일, 평양에서 열린 연례 ‘만경대상국제마라톤’에서 한 외국인 선수들가 달리고 있다.
2019년 4월 7일, 평양에서 열린 연례 ‘만경대상국제마라톤’에서 한 외국인 선수들가 달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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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바 어플에서 확인한 평양 마라톤 경로. 지난 2017년 참가한 마라토너들이 남긴 기록으로 추정된다.
스트라바 어플에서 확인한 평양 마라톤 경로. 지난 2017년 참가한 마라토너들이 남긴 기록으로 추정된다. 스트라바 어플에서 확인한 평양 마라톤 경로. 지난 2017년 참가한 마라토너들이 남긴 기록으로 추정된다. (스트라바 캡쳐 2025년 3월 13일)

‘평양 마라톤’ 러너, 스트라바 사용 가능?

스트라바 공보실에 따르면, 13일 현재 조 씨의 계정은 복원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4월 6일로 예정된 제 31회 평양 국제 마라톤이 약 3주 남은 지금, 평양 마라톤에서의 기록을 스트라바에 공유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서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관광이 일부 재개되면서 평양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스트라바가 조 씨의 계정을 정지했다는 소식이 스포츠 및 운동 장비 전문 블로거(DC Rainmaker)를 통해 알려지자 일부 러너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평양 마라톤은 어떻게 되는거냐?”라면서 의문을 제기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시리아와 이란에서 ‘스트라바’에 운동 기록을 업로드 했지만 내 계정은 정지되지 않았다, 왜 북한만 예외인지 궁금하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RFA 확인 결과, 현재 스트라바에는 지난 2017년 평양 마라톤에 참가했던 마라토너들의 기록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지도에는 ‘평양 마라톤 2017′이라는 명칭과 함께 대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대회 경로가 주황색 선으로 선명히 표시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에서의 운동 기록 공유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차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북한 내 운동 기록이 다시 업로드 될 경우,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RFA의 질의에도 스트라바측은 1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평양 마라톤 대회의 공식 협력업체로 외국인 주자들의 등록을 담당하는 고려투어스는 11일 마라톤 여행 상품 2개 중 하나가 이미 마감됐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