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농장에서 모내기 전투가 시작된 가운데 식량난에 처한 일부 농민들이 생계를 위해 모내기 대신 장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부터 용천군 농장마다 모내기 전투가 시작됐다”며 “새벽 6시부터 농민들은 논에서 일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절량세대 농민들은 밥도 먹지 못하고 농장에 출근해야봐야 맥이(기운이) 없어 일도 못하고 논 두렁에 앉아 있다”며 “지금은 보릿고개여서 농민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어린 자녀마저 굶고 있는 상황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앉아서 죽느니 장사라도 해야 살 수 있다며 새벽 일찍 읍 장마당으로 이동해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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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텃밭에서 한창 자라는 풋마늘과 시금치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 강냉이 식량을 사오고 오후에 농장에 출근하는 것”이라며 “이에 일부 농민들도 이들을 따라 장사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1일 “은산군에서는 보릿고개가 4월부터 시작됐고 5월에는 절량세대가 늘어나고 있어 모내기 전투 대신 장사에 나선 농민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내기 전투에 열심히 참가하면 뭐하나?”
소식통은 “새벽에 농민들은 텃밭 남새나 들에서 뜯어 온 쑥 등 나물을 장마당에 팔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들인 이후 오전 10시에 농장에 출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장사하는 농민들의 동향 자료가 리 당위원회에 보고되면서 리 당에서는 모내기 전투 기간 장사하는 농민들을 단속해 사상 투쟁하도록 작업반 세포 당 조직에 지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에 작업반 세포비서는 안전원과 함께 이른 새벽부터 농장 마을에서 시장으로 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며 “어제 장마당에 가던 두 명의 농민이 길목에서 단속되어 농민들이 모인 논 현장에서 자아비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열심히 일해도 자식들에게 밥 한 그릇 해주지 못하는데, 모내기 전투에 열심히 참가해야 무슨 소용이 있냐며 단속을 피해 생계형 장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