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여러 주제의 달력을 발행했습니다. 최신 무기를 선전하는 달력과 김 씨 일가가 받은 외국 정상의 선물을 소개하는 달력, 원산갈마관광지구 모습을 담은 달력 등 주제도 다양합니다. RFA가 입수한 올해 북한 달력의 특징을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매년 연초 새로운 달력을 통해 김 씨 일가의 국제 친선관계와 북한의 군사력, 백두혈통 3대 세습의 정당성, 또 당의 정책 등을 선전하고 아름다운 조국이나 자연 환경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그 중 특히 외국 정상으로부터 김 씨 일가가 받은 선물을 소개하는 ‘국제친선전람관 선물’ 달력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달력이란 지적입니다. 다시 말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보낸 각국 지도자들의 선물을 소개해 김씨 일가가 세계의 많은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무한한 존경과 흠모를 받고 있다는 엉터리 선전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올해에도 ‘국제친선전람관’ 달력이 발행됐다”면서 “이 달력에 여러 나라 국가지도자들의 선물이 소개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외국 정상 선물 사진 달력, 사라진 시진핑 주석 선물
실제 이 달력을 살펴보면 1월은 2019년 베트남(윁남) 웬 푸 쫑 국가주석이 총비서(김정은)에게 선물한 도자기 차 세트가 나와 있고, 2월은 2001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선물(김정일)한 은술그릇 세트, 3월은 몽골 바트톨가 대통령의 수지공예(김정은), 4월은 중국공산당 강택민 총서기와 양상곤 주석의 옥돌공예품(김일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루마니아(1983년), 이란(2008년), 이집트 아랍공화국 등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 지도자들의 선물도 소개돼 있고 특히 2월 달력에 이어 8월 달력에도 2019년 러시아와의 조-로정상회담에서 뿌찐(푸틴)대통령의 선물을 소개하며 8.15 해방과 러시아와의 친선관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 달력에 대해 “짐바브웨, 캄보디아 국왕,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총서기, 중국 외교부장의 선물도 소개됐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과 정상회담을 수차 진행했는데도 시진핑(습근평) 국가주석의 선물은 전혀 소개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민인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서먹서먹한 관계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 2026년 달력 중에서 국제친선전람관 달력이 유독 흥미로웠습니다. 이란, 이집트, 짐바브웨, 체코, 루마니아 등 여러나라 선물이 다양하게 실렸는데요, 베트남, 몽골 대통령의 선물도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선물은 무려 두번이나 등장했습니다. 2001년 은술잔세트, 2019년 차그릇, 장검 세트입니다. 북러관계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잘 보여줍니다. 반대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선물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은 2018년부터 조-중 정상회담을 다섯번이나 진행하였으나 선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북한 선전물에서 부재는 곧 관계의 공백을 의미합니다. 올해 북한달력은 현재 북중관계의 현 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푸틴은 두번, 시진핑은 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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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3일 “올해도 당국은 김씨 일가에게 바친 국제친선전람관의 선물 달력을 통해 최고 지도자의 위대성 선전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전통적인 우상화 선전이라며 비판적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달력에서 이란과 짐바브웨 등 퇴출된 독재국가 지도자들의 선물이 이목을 끌고 있다”면서 “짐바브웨 무가베는 장기 독재통치로 몰락한 인물인데 그런 지도자들의 선물을 버젓이 소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귀한 선물을 소개한 것은 선대 수령(김일성, 김정일)과 총비서(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씨 일가의 세계적 권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올해 북한 당국은 10월 10일 당창건 80주년 기념열병식에 등장한 화성-20형 다탄두미사일을 표지에 실은 무기 달력, 백두혈통선전 달력, 김정은의 정책 치적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를 보여주는 달력 등 다양한 달력을 발행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