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해 들어 북한 당국이 ‘전기절약’을 부쩍 강조하는 한편 전력 남용 단속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을 맞아 전기 부족이 심해진 영향도 있지만 이달 하순 개최될 9차 당대회에 바치는 선물 마련을 위한 ‘증산’과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요즘 당국이 전기절약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1W(와트)의 전기도 자기 재산처럼 여기고 아껴 쓰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선전 내용을 보면 가정에서 용량이 큰 변압기를 쓰지 말라는 것, 전기 기구를 사용 후 접속두(플러그) 뽑는 걸 습관화하며 텔레비죤의 경우 자거나 보지 않을 때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라는 것, 전기를 도둑질해 쓰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밤에 사무실이나 집에서 혼자 책을 볼 때 탁상등을 이용하며 태양빛전지판을 많이 사용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선전에 포함된 내용들이 전기 절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가정에서 용량이 큰 변압기를 쓰지 말라고 하는 데 용량이 큰 변압기가 없으면 전기가 와도 그 덕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선 (변압기 안 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절약 강조하지만 현실은... 더 아낄 것 없다?
북한 전력 전압은 220V(볼트)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주민 지역에 100V도 채 안되는 전압의 전력이 공급되는 데 이 정도면 전등불도 아주 어둡습니다. 그래서 전등을 밝게 하거나 텔레비죤을 보려면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각 가정이 저마다 변압기로 전압을 끌어올리다 보니 용량이 작은 변압기는 있으나마나 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밤에 혼자 책을 볼 때 탁상등을 켜라고 하는데 밤에 책을 읽을 사람도 없거니와 전기가 와야 탁상등을 켜든, 뭘 켜든 할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태양빛전지판도 누구나 쓰고 싶지만 돈이 없어 전지판을 살 수 없다”며 “선전 내용이 다 실정에 맞지 않는 빈말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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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새해 들어 공장, 기업소들도 전기절약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전기 검열도 강화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요즘 각 공장 기업소들에 교차생산질서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전기절약일지를 갖추고 설비 가동 시간과 전기 사용량을 기록하며 생산 시간이 아닌 때는 절대로 전기를 쓰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차 생산은 전력 부족이 극심한 상황에서 각 공장 별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따로 지정해 그 시간에만 생산을 하게 하는 조치입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 전력의 주파수와 전압이 낮아 설비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고 설사 가동한다 해도 제품 오작(불량)이 많아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공장에서 급한 목재 가공을 위해 제재기를 잠깐 돌리다가 검열에 걸렸고 며칠 전에는 낮 (시간에 켜 놓은) 전등이 단속됐다”며 “전날 저녁 정전이 된 후 스위치를 끄지 않은 게 화근이었고 사정사정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두 사건으로 공장이 많은 벌금을 냈고 지배인과 당비서가 군당회의에서 비판 무대에 올랐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전기절약 선전보다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는게 중요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며 “언제까지 당국이 전기 절약을 강조하며 호통만 칠지 궁금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공무원 출신 탈북민 리철수(가명)씨는 북한의 전력난은 전기절약 선전과 단속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 리철수: 북한의 전력 부족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특히 겨울만 되면 더 심해지는 고질적 현상입니다. 수십 년째 전기절약 선전을 하고, 단속을 강화했지만 달라진 게 전혀 없어요. 북한이 평양에 건설하는 새 거리나, 지방 공장 같은 형식적인 것보다는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거나, 노후화된 발전 설비를 개조하는 등의 기반 시설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