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평양 화성지구에 조성한 컴퓨터 오락관에서 미국의 인기 전쟁 게임인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외국 문화를 강력히 단속하면서도 미국 컴퓨터 게임을 허용하는 모순된 모습에 주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평양 화성지구에 조성한 컴퓨터 오락관에서는 각종 서양 인기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화성지구의 콤퓨터 오락관에서는 미국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가 제작한 세계적인 전쟁 게임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콜 오브 듀티’ 게임은 1인칭 및 3인칭 슈팅 컴퓨터 비디오 게임으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군인이 되어 전쟁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성 컴퓨터 오락관에 등장한 ‘콜 오브 듀티’ 게임은 제1,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등을 배경으로, 게임 진행자가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이면서 적군 격퇴작전, 인질 구출작전, 폭파 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면서 진행되게 됩니다.
게임하는 북한 사람, 미군이나 연합군이 되는 설정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이 놀라는 것은 “자신이 미국 군인이나 연합군 병사가 되어 독일군이나 일본군과 싸우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20대 청년들은 이 게임이 미국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며, “미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해 온 북한 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데 대해 적지 않은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평소 미국을 ‘적대국’이라고 선전해 왔는데, 어떻게 미국에서 만든 게임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을까라는 의문을 청년들이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을 시행하며 한국식 말투와 외국 영상물, 외국 음악은 물론 복장과 머리 모양까지 강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외국 문화 단속은 주민에게만, 당국 돈벌이는 별도 기준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지구 3단계 구역에 건설된 화성 컴퓨터 오락관을 시찰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잡지 ‘조선’도 지난해 11월 ‘화성콤퓨터오락관’을 소개하면서, “활동 오락, 사격 오락, 아동 오락 등의 컴퓨터 오락을 단독 또는 망(네트워크)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 문화가 나쁘다고 강하게 비판하다가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식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제한적 문화 개방은 처음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에는 미국 디즈니사의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공연에 등장시켜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콜 오브 듀티’ 게임의 지적 재산권과 저작권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이 게임 회사로부터 직접 배포를 허가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 측에 공식 이메일을 보냈지만, 22일 오후까지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