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인공지능, 즉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가 김정은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창구인 해외 IT 인력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워싱턴에서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 열풍이 컴퓨터 관련 직종의 지형을 크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미국의 메타와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력을 줄이거나 조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가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 가운데 하나인 해외 IT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 IT 외화벌이 실태를 잘 아는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10명이 하던 코딩 작업을 이제는 AI가 알아서 처리하면서 3명만 있으면 되는 구조가 됐다”며 “러시아 등에서 위장 취업으로 큰돈을 벌던 북한 IT 개발자들도 취업문이 막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 거점을 마련한 뒤 미국 등 서방 기업의 원격 일자리를 얻어 외화를 벌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해외에 있는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에 접근하기가 더욱 쉬워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들은 가짜 신분과 이력서를 이용하고, 원격 면접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내세우는 등의 수법으로 미국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미국 정부 수사에서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2023년 북한 IT 노동자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이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 거점을 둔 수천 명 규모의 고숙련 IT 인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일부 노동자는 한 명당 연간 3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IT 노동자가1인당 30만 달러를 벌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명이 최고 3~4개 회사에 등록하고 밤낮으로 일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최대 통신기업 버라이즌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은 약 15,000개의 도용된 신원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개별 IT 근로자는 통상 한 번에 3~5개의 신원을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버라이즌은 북한 IT 근로자를 실수로 채용했다는 사실을 회사들이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자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IT 근로자의 수는 수천 명 대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해외 IT 노동자 사업이 2024년 약 8억 달러의 수익을 북한 정권에 창출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관련기사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IT 노동자의 위장 취업을 차단하기 위한 수사를 강화하고, 기업들도 신원 확인과 원격근무 검증 절차를 강화하면서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러한 조치로 북한 IT 인력이 발붙일 곳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보력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 발전으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처리 업무를 더 적은 인력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IT 분야의 외주 일감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해외 IT 외화벌이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소식통은 “IT 외화벌이 사업으로 적지 않은 재미를 본 북한이 미국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IT 개발 사업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