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탈레반 접촉... 무인무기 협력 가능성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군 고위 대표단과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소속 국방무관이 러시아가 주최한 다국적 연합군사훈련 현장에서 만났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 국방부는 지난 3일 공식 엑스(X·옛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의 공식 초청으로 국방부 고위 대표단이 전략 연합군사훈련인 ‘센터-2026’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드론 전시대 앞에서 두 군인이 악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붉은 별이 달린 군모를 착용하고 오른팔에는 인공기 문양의 부대 표식을 단 북한 측 인사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국방무관인 로기철이다. 또 다른 사람은 탈레반군 관계자로 왼팔에 탈레반 정권을 뜻하는 흰색 깃발 표식을 부착했다.

두 사람 뒤편에는 무인항공기들이 전시돼 있으며, 중앙 안내판에는 러시아어로 훈련 명칭인 ‘센터-2026’과 함께 무인항공기를 뜻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성명에 따르면 이들 대표단은 훈련을 참관하는 한편, 중화기와 무인항공기, 장거리 타격 미사일, 로봇 시스템 등 첨단 군사 장비 전시회도 둘러봤다.

또 훈련 기간 중국, 인도, 북한, 베트남, 콜롬비아 등 여러 나라 군 대표들과 만나 양자 관계와 군사 경험, 훈련, 전문 교육, 공동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만 성명은 북한 측과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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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4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드론)의 타격 시험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

“북·탈레반, 드론 등 무인체계서 협력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연합 훈련에서 러시아가 FPV(일인칭 시점) 드론과 장거리 타격 드론, 무인 전투 차량(지상 로봇) 등 무인 무기 체계를 대거 시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무인 무기가 정규군뿐 아니라 비정규 무장 세력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은 5일 RF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 탈레반의 협력이 현실화한다면, 그 실질적 접점은 무인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일우 사무국장] 탈레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인 무기 체계입니다. 중동의 친이란 민병대나 아프리카의 각종 반군 세력도 이제는 드론과 로봇 무기 체계를 대대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탈레반과 북한이 어떤 협력을 한다면 이러한 무인 무기 체계에 관련된 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 국장은 특히 러시아가 무인 무기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인력과 중국의 부품 공급이 결합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탈레반 역시 이 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일우 사무국장] 러시아가 무인 무기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북한이 굉장히 많은 노동자를 공급하고 있고, 관련된 부품들은 중국이 제공하는 형태로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량국가라 불리는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에 여러 국가들이 굉장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탈레반도 이러한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뭔가 기여를 하거나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이런 기회를 좀 타진한 자리로 보고 있습니다.

“주시할 사안이나 ‘게임 체인저’는 아냐” 반론도

반면 이번 탈레반과 북한의 접촉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기보다 현실적인 한계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CAPS)의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는 5일 RFA에 이번 접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양측의 군사적 판도를 바꿀 계기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외화 확보를 위해 무기 판매에 적극적이겠지만, 탈레반의 재정적 한계와 무기 보유 현황이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 북한은 군사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팔아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탈레반이 자금만 있다면 북한은 기꺼이 원하는 것을 팔겠지만, 탈레반 정권은 재정이 넉넉하지 못합니다. 또한 탈레반은 아프간전 종전 이후 남겨진 무기가 워낙 많아 무기가 부족한 상태가 아니며, 아프간이 북한의 대규모 무기 확산 시장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이 탈레반에 무기를 판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소형 화기부터 미사일 체계까지 다양한 무기를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확산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군과 탈레반군 대표단의 접촉에 대한 RFA의 논평 요청에 “미국에서 탈레반은 여전히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 단체로 지정돼 있다”라며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밝히면서도 북한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고에서 북한제 F-7 로켓추진 유탄을 노획했고, 미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북한이 이란, 시리아와 이어온 오랜 안보 협력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 기술이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에까지 흘러들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이번 연합 훈련을 통해 대미 적대 세력과 반서방 정권을 한자리에 모으며 군사 협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맥스웰 부대표는 다국적 군사훈련을 계기로 참가국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잠재적인 장비 거래를 타진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며, 앞으로 북한과 탈레반 사이에 실질적 거래가 있는지 지속해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