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단체, 남북에 ‘지뢰금지협약’ 가입 촉구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하고, 책임 공방에 관한 설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 민간단체인 ‘국제지뢰금지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 ICBL)이 남북한 모두 ‘대인지뢰금지협약(Mine Ban Treaty)’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지뢰금지운동, 즉 ICBL은 전 세계의 대인지뢰 사용과 확산을 막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제단체로 199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ICBL의 찰리 베샤라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민간인 통제구역은 여전히 세계에서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 중 하나”라며 이미 160개국 이상이 가입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남북이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명칭으로 ‘오타와 협약’(Ottawa Treaty)이라 불리는 이 협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지뢰의 사용과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고, 이미 매설된 지뢰의 제거와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국제 협약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분단과 남북 간 대치 상황을 이유로 남북한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 대인지뢰금지운동’(KCBL)의 조재국 상임이사도 RFA에 한국과 북한이 동시에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는 것이 비무장지대 내 지뢰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상임이사는 북한이 협약에 가입하고, 지뢰 제거에 협조한다면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국] 현재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의 지뢰 제거는 거의 다 선진국에서, 미국이 돈을 제일 많이 내고 있죠. 그리고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상당한 원조금을 보내서 지뢰 제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엄청난 국제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지뢰 제거를 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결국, 남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오타와 대인지뢰금지 조약’에 가입할 수 있다고 보고, 가입이 되면 북한은 정식으로 유엔의 원조를 받으면서 지뢰 제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AFP)

또 조 상임이사는 이번 폭발 사고의 원인이 북한군 지뢰라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는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결론이라며, 비무장지대 안에 북한군 지뢰가 상당히 매설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국군이 탐지기와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도 그는 우려했다.

“지뢰 제거, 매립 지역 조사에만 일 년 이상 예상”

한국군이 유엔군 사령부와 공동 조사 이후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되는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ICBL은 ‘국제지뢰행동표준’(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 IMAS)을 따를 것을 권고했다.

유엔이 정한 ‘국제지뢰행동표준’은 지뢰와 불발탄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지뢰 대응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표준이다. 여기에는 지뢰 매설 지역에 대한 조사와 제거, 안전 관리와 품질 관리,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베샤라 대변인은 한국에서 통과한 ‘지뢰 제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뢰 제거를 위한 법적 체계도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상임이사는 지뢰 제거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이 정한 ‘국제지뢰행동표준’에 따라 지뢰를 제거하려면, 지뢰 매설 지역을 조사하는 데만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재국]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유엔에서 정하는 지뢰 제거 순서가 있어요. 지뢰를 제거하기 전에 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기초 조사를 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초 조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지뢰 수거나 제거가 훨씬 쉬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유엔이 정한 여러 가지 지뢰 제거 프로세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뢰지대에 대한 공동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지뢰 매설에 관한 자료를 찾는 일부터 지뢰를 제거하기까지 유엔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지뢰를 제거하는 내용을 다룬 ‘지뢰대응활동법’이 2024년 2월에 제정됐으며, 2025년 2월 21일 시행됐다. 또 한국 국방부는 지난 8월 지뢰 제거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비무장지대(DMZ) 철책에 지뢰 위험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DMZ-Land-Mine-explosion 2020년 10월 6일, 한국 강화도의 남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철책에 지뢰 위험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AFP)

[조재국] 남한 쪽에서는 상당 부분 지뢰 제거에 관한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혀 이 부분에 대해서 알지 못해요. 그래서 제가 유엔에서 만든 매뉴얼을 한글로 번역했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그걸 읽을 수 있거든요. 이것을 북한으로 보내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그걸 공부하면 되는 거죠.

ICBL의 베샤라 대변인도 2018년 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가 공동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지뢰를 제거한 사례는 이에 관한 남북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매년 12월에는 ‘오타와 조약’의 회원국들이 연례 회의를 개최한다. 여기에 한국은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하고 있다.

[조재국]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평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뢰를 사용하지 말자, 그리고 현재 깔려 있는 지뢰를 제거하자는 일에 반드시 동참해야 합니다. 여기에 동참하면 많은 나라가 북한을 인정하게 될 거고, 지뢰 피해자들이 북한에도 많이 있어요. 이분들을 돕는 일에 국제사회가 상당한 원조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지뢰 폭발 사고에 관한 조사 내용과 지뢰 제거 작업에 관한 RFA의 질의에 9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다.

다음은 조재국 상임이사와 인터뷰 내용.

“북, 지뢰 제거에 관한 지식과 이해 부족”

[기자] 한국 정부가 최근 발생한 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한 지뢰가 북한에 의해 매설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임이사님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결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재국]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대인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는 사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DMZ 내 지뢰 지대는, 500여 지역에 수십만 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한국전쟁 때 매설된 지뢰 이외 상당수가 한국군에 의해 매설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군도 지뢰를 매설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8년 10월에 남북이 공동으로 제거한 DMZ 내 화살머리고지의 지뢰가 27발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북한군이 DMZ 내에 지뢰를 매설한 것은 확실해 보이고, 국방부에서 발표한 지뢰 재질로 보아 북한에서 사용하는 지뢰로 인정됩니다. 다만 북한에서 사용한 지뢰의 종류가 많지 않고, 그 재질의 분석도 어렵지 않을 텐데, 발표에 한 주 이상 시간이 걸린 것은 지뢰에 대한 국방부의 정보 및 분석 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군이 지뢰를 제거할 계획인데요. 지뢰 제거 작업과 관련한 국제 기준 또는 안전 지침을 포함한 권고가 있을까요?

[조재국] DMZ 내 지뢰 매설은 휴전협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 김대중 정부, 문재인 정부 때 도로 개설 등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DMZ 내 지뢰 제거를 시행한 것처럼 한국군과 유엔사가 공동으로 지뢰를 제거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남북 간에 군사분계선(MDL)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고 하니, 이를 정리하는 일이 먼저일 겁니다.

지뢰 제거 작업과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에서 정하고 있는 ‘국제지뢰행동표준’(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 및 ‘유엔지뢰행동국’(UNMAS)의 지뢰 제거 프로세스를 숙지하고 있지만, 한국군은 이런 국제 기준을 적용한 예가 없기 때문에 지뢰 제거 작업을 위한 상당한 교육 훈련이 필요합니다. 다만 제가 초안해 국회를 통과한 ‘지뢰대응활동법’에 의해 정부의 ‘지뢰대응활동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지뢰대응활동표준’(Korean Mine Action Standards)을 적용한다면, 국제 기준에 맞춰 지뢰 제거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레바논이나 캄보디아 등에서 국제 기준에 따라 인접 국가와 분쟁지역에 대한 지뢰 제거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례를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전문가와 지뢰 제거 요원 양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국 군이 18일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 중인 북한군.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국 군이 18일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 중인 북한군. (/연합뉴스)

[기자] 북한과 한국이 지뢰 문제와 관련한 국제 기준과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조재국] 북한은 지뢰 제거에 관해서는 국제 기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며, 그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뢰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세미나, 기술적 연구회 등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지난 십수 년간 후방 기지 등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방부의 지뢰 제거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한국군의 경우 제가 번역한 ‘국제지뢰행동표준’을 숙지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 지뢰 제거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일정 부분 국제 기준과 의무를 준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북, 공동 조사와 정보 공유·전문가 도움 필수”

[기자] 현재 남북한은 지뢰 매설 지역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뢰 매설 지역을 파악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남북 간 협력과 정보 공유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조재국] 지뢰 문제의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뢰 매설 지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때 매설한 지뢰는 유엔군에 의해 작성된 매설지도가 존재해야 마땅하지만, 한국군과 그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고, DMZ 북쪽의 지뢰지대에 관해서도 과거 지뢰 매설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있어도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이해됩니다.

지뢰 제거를 위해서는 먼저 측량을 비롯해 비기술조사(Non-Technical Survey) 및 기술 조사(Technical Survey)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공개할 정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와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뢰 제거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국제 기준에 따른 기초조사를 위해서는 최소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국방부에서 발표한 DMZ 내 지뢰 폭발에 의한 제거는 언론에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으로 지뢰 폭발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국과 북한 당국에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권고하시겠습니까?

[조재국] 먼저 휴전협정을 철저히 지키자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비무장지대가 지뢰 매설로 인해 무장 지대가 되어버린 상황은 한국과 북한 양쪽의 책임입니다. 다음으로 지뢰지대에 대한 공동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과거 지뢰 매설에 관한 자료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특히 지뢰 지도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엔을 비롯한 지뢰 제거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지뢰 매설 지역에서 수십 년간 지뢰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적 자문회의 등을 운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와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남북과 미국이 동시에 가입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의 공동 작전으로 인해 ‘오타와 조약’에 가입할 수 없지만, 그 모든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남북한 정부도 유엔에서 ‘오타와 조약’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오타와 조약’의 정신에 따라 DMZ 내 지뢰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또 한국 정부의 ‘지뢰대응활동위원회’는 2027년~2031년의 지뢰 제거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지뢰 제거 대상 지역에서 DMZ를 제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실시될 지뢰 제거에 군사분계선 남쪽 지뢰를 포함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