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전 사령관 “DMZ 지뢰 매설, MDL 인식 차이 때문일 수도”

지난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 사고를 두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군사분계선(MDL)에 관한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허드슨연구소가 12일 ‘한반도의 지뢰, 핵무기, 억제와 안정’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인범 전 한국 특수전사령관은 지난달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지뢰를 매설한 사건이 의도적 침범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전 사령관은 이날 1953년 정전 당시 지도 위에 그은 선을 현장에 옮기며,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약 1천 3백 개 세웠지만, 이후 1천 1백여 개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남북이 이해하는 경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전 전 사령관: 북한은 자기 영토에 지뢰를 묻는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 전 사령관은 “2016년 유엔군사령부가 최신 기술로 새 경계선을 설정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각자가 이해하는 군사분계에선 세 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 전 사령관은 앞으로 지뢰 제거 작업 과정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선임 국장을 지낸 미라 랩-후퍼도 최근 지뢰 사고와 함께 DMZ 인근 월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비무장지대가 수년 만에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랩-후퍼 전 국장은 이날 2018년에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가 실제로 DMZ 일대의 충돌 위험을 줄였다며,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재래식 위험 감소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북 정상회담 열려도 ‘비핵화 기대’ 어려워

이날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이 나왔다.

랩-후퍼 전 국장은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차례 북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이면서, 2023년에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병이 송환된 뒤 감사를 전하며 후속 접촉을 요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Trump-Kim-meeting-1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전 전 사령관은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유일한 조건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쟁 외에는 비핵화 대안이 없는 만큼, 대가가 따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노력이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고 전 전 사령관은 덧붙였다.

“푸틴·김정은 있는 한 북러 관계 지속될 것”

이날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전 전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을 생포하기 위한 특수 임무 부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시도할 때마다 북한군이 수류탄으로 자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전 사령관: 김정은 위원장도 자기 병사들의 충성심과 정신 상태에 놀랐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 전 사령관은 김 위원장이 이를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데 능숙하게 활용해 왔다고 분석하면서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가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권력을 유지하는 한 북러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연합)

랩-후퍼 전 국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김 위원장이 병사들의 희생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러 관계는 사실상 영구적인 동맹으로 본다”고 말했다.

랩-후퍼 전 국장: 김 위원장은 이를 근본적이자 장기적인 전략적 투자로 봅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러시아가 전장에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보다 동맹이 훨씬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에 대한 투자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