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와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쿠렌코프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은 13일 평양에서 박태성 내각총리와 회담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선물로 소화기 한 개를 건넸다.
이 소화기는 모스크바 근교의 한 공장에서 단 한 개만 제작한 공기-에멀전 방식 제품이다. 파란색 몸체에는 러시아와 북한 국기, 국장이 새겨져 있다.
공기-에멀전 소화기는 물에 특수 소화약제를 섞은 용액을 압축 공기와 함께 아주 작은 물방울 형태로 뿜어내는 방식으로 흔히 쓰이는 분말 소화기와 달리 가루가 날리지 않아 뒤처리가 쉽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쿠렌코프 장관: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 이 소화기가 이곳 조선 땅에서 결코 필요한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 선물을 실제로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 첫 방북… 재난 협력 강화
이번 선물은 쿠렌코프 장관의 첫 방북 길에 나왔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이 북한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단은 지난 11일 밤 러시아 정부 특별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출발해 중국 영공을 거쳐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북한의 김철남 재해방지상이 직접 공항에 나와 대표단을 맞았다.
쿠렌코프 장관은 러시아 연방 경호국 출신으로 2022년 비상사태부 장관직에 오른 인물로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는 박태성 총리와 한 회담에서 “지난 2년 동안 양국 재난 당국 사이의 협력이 활발하고 성과 있게 이뤄졌다”라며 그가 쿠르스크 지역 ‘해방’을 도운 북한에 감사를 표했다고도 러시아 매체들은 전했다.
양측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의 재난 분야 공동 행동계획에도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러시아산 구조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북한 구조대원을 러시아에서 훈련시키는 데에도 합의한 상태다.
올해 4월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장관에 이어 러시아 장관급 인사의 방북이 이어진 가운데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최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시기가 합의됐다고 밝혔다.
소총·우주복 장갑·아우루스… 북러 ‘선물 외교’
이번 러시아가 전한 소화기는 최근 몇 년간 북러 사이에 오간 선물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소박하다.
2023년 9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 측은 소총과 털모자, 우주비행사가 실제로 착용했던 우주복 장갑을 선물했다.
또 연해주 주지사는 공격용 경량 방탄조끼를 건넸고, 열화상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특수 의복과 군사용 무인기도 선물 목록에 올랐는데, 당시 무인기 선물만으로도 러시아가 찬성표를 던졌던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듬해 2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개인용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 ‘아우루스’를 보냈다. 당시 김여정 부부장은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사치품의 대북 반입을 금지한 유엔 결의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도 선물이 오갔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또 다른 아우루스 승용차를 한 대와 함께 다기 세트와 해군 단검을 건넸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풍산개 한 쌍으로 답례했다.

북한은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평안북도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외국 지도자와 인사들에게 받은 선물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옛 소련의 스탈린이 김일성 주석에게 보낸 방탄 객차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한 마이클 조던 사인 농구공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 전람관을 주민 교양과 관광 코스로 활용하며, 최고 지도자가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