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난 19일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에는 10월 중 전 국경선에서 확성기를 가동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가동이 이뤄질 경우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약 1년 4개월 만에 대남 심리전이 재개되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아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한 만큼, 남측의 대응을 압박하고 국경 일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확성기 방송은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이다. 상대방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면서 상대 측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남북 접경지역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1962년 처음 시작했다. 김정일 우상화, 북한 체제 찬양, 한국 사회 비난 등 심리전의 일환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군도 이듬해 5월1일 서해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했다. 북한 체제 비판뿐 아니라 국내외 소식과 북한 일기예보 같은 정보도 내보냈다.
이후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가 1980년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그해 9월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004년 6월4일 남북은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이른바 ’6.4합의‘)를 통해 확성기를 철거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거치며 남측은 다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이른바 ‘8.25 남북 합의’)를 통해 다시 중단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최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가 철거됐다.
2024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을 기점으로 남측은 그해 6월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가동됐고 북한도 이에 대응해 대남방송을 재개했다. 특히 북한은 이때 기존의 북한 체제 선전을 넘어 귀신 소리와 쇠 긁는 소리와 같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소음을 1년간 내보냈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6월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면서 북한도 방송을 멈췄다.
이처럼 확성기 방송은 심리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양측의 긴장 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번에 북한이 예고한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는 특별히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진행 중인 국경 요새화 작업과 맞물려 있다. 김여정 총무부장은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 북한군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한국군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징후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 재개를 통해 한국군의 경고방송을 위축시키고 국경 요새화 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군의 방송은 심리전이 아니라 현장 퇴거 경고방송인데, 북한은 이를 ‘확성기 경고방송 도발’로 묶어 북한 측 심리전 확성기 방송 재개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RFA에 “확성기 방송은 단순히 심리적 차원을 넘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남 갈등 유발 의도”
유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면 대남 적대의식을 고취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의 대응을 시험하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대응 방향에 관한 질문에 그는 “기계적으로 비례 대응할 경우 더 큰 긴장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접경지역에는 한국 주민들도 살고 있는 만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고민하고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남방송은 북한 입장에서 한국군과 접경지역 주민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소음 위주의 방송은 체제 선전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일상생활의 불편과 심리적 피로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예고한 대남 확성기 방송의 구체적인 내용과 운용 방식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과거의 소음 방송이 그대로 반복될 것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