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경기도 김포시 맞은편 접경지역에 122mm 자주포를 공개적으로 배치한 가운데, 군사 전문가는 이 자주포가 원거리 표적이 아닌 전방의 한국군 초소를 직접 조준하기 위한 배치라고 분석했다.
26일 영국 로이터통신이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지역에 자주포가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자주포 장갑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포병 전력은 통상 적의 관측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산 뒤편과 같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처럼 언론사의 카메라에 잡힐 만큼 노출된 곳에 배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거리 아닌 전방 초소 직접 조준 의도”
한국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은 26일 RFA에 이번에 식별된 자주포는 평안남도 덕천 공장에서 생산된 ‘122mm 자행포(덕천포)’로, 북한군 사단과 군단 지원 화기로 쓰이는 평사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덕천포가 20km 넘게 날아가지만, 사거리보다 배치 형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거리 표적을 쏘려면 포 앞에 ‘방향 틀’을 세워 기준점을 잡아야 하는데, 26일 관측된 포 앞에는 방향 틀 없이 철책만 있고, 포신 각도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일우] 사거리가 최대 27km까지 나오긴 하지만, 이번에 배치한 모양이라든가 주포의 방열 각도 이런 것들을 봤을 때는, 후방 지역을 노리고 배치한 것이 아니라 전방 지역의 한국군 초소를 공격하기 위해서 배치해 놓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곡사보다는 직사, 즉 전방에 있는 아군 진지라든가 한국군 병력을 직접 육안으로 보고 조준 사격하겠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배치를 해놨기 때문에...
또 그는 26일 식별된 움직임에 대해서도 포신이 위로 들리지 않은 채 움직였다며, 북한군이 전방 표적을 직접 조준하는 ‘직사 사격’을 연습한 것으로 봤다. 다만 이 포가 노후해 명중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자주포의 배치 의도를 두 가지로 추정했다. 먼저 유사시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가 북쪽으로 진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전차포 목적이다. 실제 북한은 접경지 철책 등 요새화 작업을 ‘국경선 보강 공사’라고 주장해 왔다.
다른 하나는 비무장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났을 때 화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정전 협정상 비무장지대에 중화기를 들일 수 없어 한국군 전방 화력이 제한된다는 점을 이용한 배치라고 이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이일우]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GOP(일반전초)에 지원화기는 12.7mm K6 중기관총이 있고요. 이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40mm K4 고속 유탄 발사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보병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화력이지만, 북한이 포병 무기인 덕천포를 갖다 놓으면, 이 덕천포의 화력만으로 K4나 K6 진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한국군은 K4, K6와 같은 중화기를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일 수 없어 뒤편 GOP에 두고 있고, 최전방 GP(감시초소)에는 K3나 K16 같은 기관총을 주로 운용하고 있다.
“대남 심리적 압박 수위 고조…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직속 15 격술연구소 등에서 복무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은 26일 RFA에 북한이 자주포를 의도적으로 전방에 노출해 대남 심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이번 자주포와 같은 구경인 122mm 방사포 등을 사용했다며,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상기시켜 한국에 공포심을 심어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번 배치를 지난달에 있었던 북한의 복합 타격 훈련과 연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2일 공격 무인기와 전략 순항미사일, 대구경 열압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동원한 협동 화력 습격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이현승] 김정은으로서는 자기들의 무기를 가지고 한국의 방공망이 무력화되는지 실험을 해보고 싶을 거에요. 그래서 이렇게 도발 수위를 올리면서 정말 위험 수위까지 끌고 간다면, 국지전 도발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자주포 배치는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지난 19일 담화에서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22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 국경선에서 새로운 대응 수단들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 직후 이뤄졌다.
이 연구원은 김 부장이 예고한 일정에 따라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며, 자주포 외에 다른 전력이 추가로 배치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