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김정은 코스튬’, 사망설 겹치며 7년 만 검색 최고

미국의 대표적 축제인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미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된 분장 의상을 찾는 온라인 검색이 최근 7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검색 관심도가 급증한 시점은 온라인상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한 시기와 일치했다.

RFA가 직접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에서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 검색은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10월 18일부터 검색이 크게 늘기 시작해 19일 정점을 찍었다.

RFA가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했던 지난 10월 19일 ‘김정은 생존 여부(is kim jong un alive)’와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 검색 관심도가 나란히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했던 지난 10월 19일 ‘김정은 생존 여부(is kim jong un alive)’와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 검색 관심도가 나란히 최고치를 기록했다. RFA가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했던 지난 10월 19일 ‘김정은 생존 여부(is kim jong un alive)’와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 검색 관심도가 나란히 최고치를 기록했다. (RFA 제작 (출처: Google Trends))

김정은 사망설 퍼진 날, 검색도 정점

이 시기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확산하던 때와 겹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중국 반체제 인사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김 위원장이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이 루머가 전 세계로 퍼졌다.

곧바로 북한 관영매체가 20일 김 위원장의 가을철 피복·신발 전시회 시찰 사진을 보도하면서 사망설은 일단락됐고, 당시 사진이 공개되면서 관련 검색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핼러윈을 앞두고 예년보다 높은 관심도는 쭉 이어졌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4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기념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등 20일 가까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고, 4월 20일에는 미국 언론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한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위중설이 확산했다. 이 기간 ‘김정은 코스튬’ 검색은 핼러윈 시즌이 아닌데도 크게 늘어, 그해 10월 핼러윈 시즌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미국 내에서 ‘김정은 코스튬’ 검색은 러시아·중국 지도자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는데, 지난 한 달간 최고치를 기준으로 김 위원장 의상 검색 관심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것보다 약 14배 높았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의상 검색은 유의미한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다.

한 핼러윈 전문용품 사이트에 134.40달러에 판매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민복 스타일 성인용 분장 의상 세트.
한 핼러윈 전문 용품 사이트에 134.40달러에 판매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민복 스타일 성인용 분장 의상 세트. 한 핼러윈 전문용품 사이트에 134.40달러에 판매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민복 스타일 성인용 분장 의상 세트. (hallowio.com 캡쳐)

7달러짜리 가면부터 ‘핵미사일’ 소품까지

해외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김 위원장과 관련된 분장용 상품이 폭넓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Amazon)에서 미화로 19.99달러에 팔리는 김 위원장 얼굴 가면은 ‘지난 한 달간 100개 이상 구매됐다’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또 상품명에 ‘독재자(Dictator)’, ‘로켓맨(Rocketman)’이란 단어가 자주 쓰였고, 일부 판매처는 핵미사일 소품이 포함된 ‘독재자 코스튬’이나 김 위원장 이름표가 인쇄된 티셔츠를 내놨다.

가격대도 다양한데, 수공예품 판매 사이트인 ‘엣시’(Etsy)에는 7.57달러짜리 종이 가면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핼러윈 전문용품 사이트에서는 134.40달러짜리 김정은 정장 세트가 팔리고 있다. 또 ‘이베이’(eBay) 등에는 김 위원장에게 업힌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의상이 61.95달러에 거래 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역 배우로 활동하는 하워드 X(왼쪽) 씨가 지난 2026년 8월 4일 일본 오사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역 배우와 함께 손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역 배우로 활동하는 하워드 X(왼쪽) 씨가 지난 2026년 8월 4일 일본 오사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역 배우와 함께 손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역 배우로 활동하는 하워드 X(왼쪽) 씨가 지난 2026년 8월 4일 일본 오사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역 배우와 함께 손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워드 X 제공)

김 위원장 대역 배우로 활동하는 ‘하워드 X’ 씨는 30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김 위원장의 분장을 찾는 이유로 ‘기괴함과 공포의 희화화’를 꼽았다.

[하워드 X] 김정은은 로켓 쏘는 것을 좋아하고 온갖 미친 짓을 벌이는 ‘은둔 왕국의 독재자’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그는 궁극의 악당(the ultimate baddie)이고, 그를 따라 분장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taboo)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한데, 왜냐하면 가장 미친 짓을 저지르는, 뚱뚱하고 키 작은 이 남자는 모든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는 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하워드 X 씨도 ‘김정은 사망설’이 퍼진 지난 2주 동안 분장 행사 예약 문의와 수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느냐”라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등 김 위원장에 대한 뉴스가 터질 때마다 대중의 관심과 반응이 커지는 것을 즉각적으로 체감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정점을 찍었던 ‘김정일 코스튬(Kim Jong Il costume)’ 검색 관심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인 2013년을 기점으로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으로 대체됐다.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정점을 찍었던 ‘김정일 코스튬(Kim Jong Il costume)’ 검색 관심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인 2013년을 기점으로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으로 대체됐다. 미국 내 구글 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정점을 찍었던 ‘김정일 코스튬(Kim Jong Il costume)’ 검색 관심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인 2013년을 기점으로 ‘김정은 코스튬(Kim Jong Un costume)’으로 대체됐다. (Google Trends / RFA)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대물림된 ‘핼러윈 풍자’

‘김정은 코스튬’ 검색은 매년 핼러윈 시즌마다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다. 구글 트렌드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고치는 2017년 10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중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직후였다.

북한 지도자 분장 의상의 원조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일 코스튬’ 검색은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에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2017년 ‘김정은 코스튬’이 기록한 최고치보다 높았다.

당시 미국 매체인 NPR의 보도에서도 미국 뉴욕의 한 분장 의상 가게 주인은 “정치인 분장을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김정일은 예외”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2013년 핼러윈 시즌을 기점으로 ‘김정은 코스튬’ 검색이 그의 아버지를 넘어섰고, 2015년 이후에는 김정은 분장이 완전히 자리를 대체했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 최고지도자의 옷차림을 흉내 내는 행위는 ‘최고 존엄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순한 풍조’로 규정돼 단속 대상이다. RFA 소식통에 따르면 2021년 11월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안전원들이 김 위원장이 입은 것과 비슷한 가죽 코트를 판매하거나 입고 다니는 주민들을 단속해 옷을 압수한 바 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