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의 품목 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10년 전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석탄과 철광석은 대북 제재 이후 공식 무역통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가 해제되고 교역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텅스텐과 가발 등의 모발류가 상위 수출 품목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수출 구조는 부가가치가 낮은 몇몇 품목에 의존하는 탓에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북한의 무역 및 물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대중 수출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대북 제재 이전인 2016년 대중 수출에서 1, 2위를 차지했던 석탄(무연탄)과 철광석 등 광물성 생산품은 전체 수출액의 48%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7년 대북 제재를 계기로 2019년에는 시계 부품과 가발·인조 속눈썹이 상위권에 올랐다. 국경 재개방 이후인 2024년에는 가발·인조 속눈썹 단일 품목의 대중 수출 비중이 40%대 후반까지 증가했다.
올해 1~9월 북한의 최근 대중 수출에서도 이런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0.5% 증가했는데,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텅스텐 정광과 증탄제로, 두 품목이 전체 수출 증가액의 약 71%를 차지했다. 텅스텐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였다.
가발·가수염·인조 속눈썹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도 올해 1~9월 대중 수출액의 33.2%를 차지하며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다. 텅스텐과 가발류의 경공업 제품을 합치면 대중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인 53.7%를 차지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의 교역 규모가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 기반은 여전히 제한적 품목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텅스텐, 가발 등 상위 10개 품목군이 전체 수출액의 88.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몇몇 특정 품목에 집중된 이런 기형적 대중 수출 구조는 외화 확보와 주민 생계를 지탱하는 새로운 버팀목인 동시에,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저부가가치 구조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올해 1~9월 텅스텐 수출을 살펴보면 수출액 증가(50.5%)와 달리 수출 물량은 2502.5톤(t)에서 1514.7t으로 오히려 39.5% 감소했다. 텅스텐 수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 뒤에는 국제 텅스텐 가격의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 텅스텐 시장의 대표적인 지표인 APT(파라텅스텐산암모늄) 가격은 MTU(텅스텐 함량 기준 거래 단위)당 지난해 1월 약 330달러에서 2026년 하반기 2,500~3,000달러 안팎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무려 10배 가까이 오른 국제 텅스텐 가격이 북한의 대중국 수출 가격에도 일정부분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텅스텐 가격의 국제 시세에 따라 북한의 대중 수출액도 급격하게 변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텅스텐은 중국이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광물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정책 변화나 수요에 따라 수출 물량이 출렁일 수 있다.
실제로 분석 기간을 최근 3개월로 좁히면 이런 설명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 해관총서 3분기 통계를 보면, 텅스텐광은 3분기 들어 수출단가와 물량이 동반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전 분기 대비 82.5%나 감소했다.
강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분기에는 텅스텐광 수출단가와 물량의 동반 하락했으나 가발류 수출 증가가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전체 수출 감소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향후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따른 물류 여건 개선으로 중국산 상품 수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수출 품목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대중국 무역수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장호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반도국제협력팀장은 북한산 텅스텐 거래의 수출을 놓고 정부 간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장호 팀장은 “중국이 자국 내에서 텅스탄 생산이 충분함에도 북한으로부터 텅스텐을 수입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텅스텐 수출이 중국의 전략 광물 관리 정책이나 중국 내 수요와 밀접히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광물 수출이 당국의 주된 외화벌이 통로라면, 가발과 의류 등 위탁가공은 국경 지대 주민들의 기초 생계와 공장 가동을 잇는 현실적인 방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위탁가공의 수출 구조를 자세히 뜯어보면 산업 기반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4월 접촉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함경북도 등지에서는 공장 노동자와 주부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가발 제작에 나서면서 일감 때문에 학교에 결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손이 빠른 학생은 닷새 만에 가발 하나를 완성해 북한 돈 7~8만 원가량을 받는데, 이는 쌀 10kg가량을 살 수 있는 액수다. 학생들까지 가발 제작에 뛰어들 정도 위탁가공이 주민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를 ‘국경 밀착형 분업’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동북 3성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단순 제조업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반면, 배급제가 무너진 북한 접경지 주민들은 생필품 구입을 위해 현금 수입이 절실하다. 정은이 북한연구실장은 “중국 자체에서도 북한 인력을 대체할 만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경을 맞댄 양측의 현실적 필요가 초단거리 육로망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합됐다는 뜻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위탁가공은 기업소와 중개상, 주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장호 팀장은 “일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공임금은 가계 생계를 잇는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며 “국가 계획을 수행할 원자재가 부족한 기업소도 중국 상대방으로부터 설비와 자재를 지원 받아 공장을 돌리고, 당국도 외화와 물자 확보를 위해 이를 묵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위탁가공은 주민들에게 소득을, 기업소에는 공장 가동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런 생산활동이 곧바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이 맡는 작업은 가발에 머리카락을 일일이 심거나 양복·등산복을 여러 차례 재봉하는 것 등 고도의 기계 설비가 거의 필요 없는 단순 손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북한이 확보하는 수익은 주로 가공임금에 머문다. 원부자재와 생산설비를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일감이 늘어도 자체적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자국 내 인건비가 오르자 기계화가 어려운 힘든 사양 공정만 북한에 넘겼고, 자 공장에는 로봇과 스마트 설비를 도입하며 기술 격차를 더 빠르게 벌리고 있다.
여기에 대북 제재와 투자금 회수의 불확실성도 걸림돌이다.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여전히 크며, 현재 일부 이루어지는 소규모 투자도 내수시장 판매나 위탁가공에 집중돼 있어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외화 확보의 돌파구, 산업 고도화의 벽
텅스텐과 가발 등 틈새 품목의 수출 반등은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찾아낸 현실적인 외화 통로로 꼽힌다. 다만 수출 증가라는 외형적 지표가 안팎의 여러 구조적, 현실적 제약으로 곧바로 산업 전반의 내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수출 회복이 당장의 경제적 숨통을 틔워주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