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대북 강경책을 펼쳤던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서 북한의 대미 정책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 인정과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 등의 과제를 풀어내려 했던 북한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 가능성을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국가적 목표 추진의 첫해인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장애물 극복이 선행돼야 하는 시점이다.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발전 20×10정책’ 등 만성적인 경제난 해소를 위해 미국과의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 협상이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 트럼프 입지 변화에 촉각”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현재 관심사는 선거 결과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약화 및 기존 대북정책의 유지 여부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전반적인 대미 정책 추진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대미 관망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 전 원장은 “외무성 담당자들은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망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은 현명하다’, ‘푸틴은 강력하다’는 식의 화법을 구사하며 해당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시도했기 때문에 북한이 이에 편승하기 유리한 국면이었습니다. (중간선거로) 트럼프 대통령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인데, 이는 김정은한테는 좋은 게 아닙니다. (외무성의) 미국국과 뉴욕대표부는 초긴장 상태로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북 잇따른 담화…대미 외교 초조함 반영”
북한 출신 연구자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미 중간선거로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톱다운’ 방식의 회담을 통해 북핵 및 대북제재 등의 사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구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특수를 언제까지 누릴지 미지수이고, 북중관계의 진척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아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중간선거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북러관계, 북중관계를 활성화하려 해도 대북제재 해제 내지 완화가 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양자관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이 잘 압니다. 중국도 북한과 관계를 밀착시키지만 큰 틀에서는 대북제재라는 틀을 대북 레버리지로 활용할 거거든요. 최근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라든가 김정은의 행보 등을 보면 분명히 조급해 하는 부분이 상당히 읽힙니다.
고 전 원장도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는 중국으로서도 대북제재와 같은 국제규범을 지키려 노력하는 게 사실”이라며 “여전히 북한 사람들이 중국 내 금융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북제재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대미관계 관리 수요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9차 당대회 이후 김여정 총무부장을 필두로 외무∙국방상 등 다양한 명의의 담화∙성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촉구 메시지,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훈련, 한일의 군사력 증강 등을 비난했는데, 이 담화들의 공통적 특징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북한의 핵∙재래식 전력 증강의 명분으로 삼으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대미 메시지’ 성격이 짙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에서의 회담 결렬을 경험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핵 보유국 지위 인정 및 대북제재 해제 혹은 완화 등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만남을 원하지만,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협상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 여당(공화당)이 승리했다면 미북 모두 대화에 있어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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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일부는 이날 김 부장의 지난 4일 담화를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하며 향후 미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부장의 담화는 대북 적대정책의 문제를 열거하며 이를 철회하는 것이 대화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미국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