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 대남기구 정리에도 ‘당 부장’ 유지
2025.01.10
앵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우며 대남기구 정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리선권 전 통일전선부장이 여전히 정치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남 적화나 해외동포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남기구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았던 리선권이 지난 9일 열린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위한 연회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이에 따르면 리선권은 현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대남기구 정리 지시로 통일전선부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리선권이 여전히 부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도 통일전선부에서 명칭이 바뀐 ‘당 10국’, 즉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이 기존 당 중앙위원회 전문부서의 부장급 직위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북한은 지난해 당 통일전선부를 당 10국으로 명칭을 바꾸었고, 리선권이 동 조직의 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당 10국은 기존의 당 중앙위 전문부서의 부장급 직위를,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전선부가 ‘당 10국’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노동당 전문부서로서 위상을 유지했고, 부장도 리선권으로 변동이 없다는 분석입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리선권의 당 부장급 직위에 대해 구체적인 직명을 언급하기보다는 대외 매체를 통해 ‘부장’이라고만 호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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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선부가 ‘당 10국’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부장이었던 리선권의 현 직급을 ‘국장’으로 추정해온 것과 달리, 이번 보도를 통해 기존의 부장급 정치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북한 노동당 조직구조에서 ‘국’은 전문부서 아래 조직으로, 이번 보도 전까지는 통일전선부를 ‘당 10국’으로 바꾼 것이 조직 축소와 위상 격하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 왔습니다.
통일전선부가 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명칭을 바꿨지만, ‘당 10국’과는 별개로 노동당 전문 부서 가운데 하나로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위한 연회가 재일동포 관련 행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문 부서가 해외동포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두 국가론’을 통해 북한식 평화통일 방안인 고려연방제와 통일전선을 포기하겠다는 것일 뿐, 전쟁 시를 대비한 대남적화 노선이나 해외동포 관리 기능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고려연방제와 대남 통일전선 전술 부분이 기존 통일전선부에선 중요한 기능이었지만, ‘당 10국’에서는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다, 따라서 리선권도 부장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대남기구를 거의 대부분 폐지했다는 평가를 지난해 말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지난해 1~3월에 폐지한다고 발표한 8개를 포함해 총 10여 개 대남기구를 폐지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