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UPR, 즉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와 관련한 사전 서면질의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이 중국 UPR에 서면질의를 낸 것은 처음으로, 질의엔 중국 내 탈북민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한국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을 하며 기자들과 만난 조태열 신임 외교부 장관.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엔 차원에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인권 상황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UPR, 즉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사전 서면질의를 지난 10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회원국들로부터 심의 받는 제도입니다.
각 회원국은 UPR 심의와 관련해 사전 서면질의나 현장질의 등 방법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오는 23일엔 중국에 대한 4차 UPR이 열립니다.
한국이 중국 UPR에 서면질의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 장관은 23일 구두 질의에서도 “한국의 입장에 따른 마땅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서면질의엔 최근 불거진 중국 내 탈북민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면질의에 탈북민이 접근할 수 있는 난민신청절차와 여성 탈북민,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에 대한 보호 및 지원방안과 관련한 질문 등이 담겼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탈북민 문제에 대한 한국 내외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중국을 상대로 한 UPR에서 처음으로 서면질의를 제출했다는 설명입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질의 내용에는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의 이탈자가 접근할 수 있는 난민신청 절차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한국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 제기된 여러 사안을 사전 서면질의에 포함해서 제출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3차 중국 UPR 당시엔 탈북민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2차 UPR에선 현장 발언에서 난민 보호를 언급했지만 북한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북한 핵문제 우선순위를 비핵화에서 평화구축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대화를 생각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단 한국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가운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만약 태도 변화 조짐을 보인다면 당연히 대화 기회를 또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가 북러 간 무기거래를 강하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어떤 후속 대응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엔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엄정하게 이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필요한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신형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인 ‘근거리형 전술유도탄’을 러시아에 수출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신 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난 8~9일 군수공장 현지지도 보도에 나타난 무기체계가 지난 2022년 4월 북한이 최초로 시험발사한 근거리형 전술유도탄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금이 필요한 북한이 러시아가 원하는 신형 무기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고, 해당 무기를 김 총비서의 공언대로 전방 군단에 배치할지 러시아에 팔지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러 무기거래와 관련해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컨테이너 약 5천개 분량으로 152mm 포탄 기준으론 230만 발 정도, 122mm 방사포탄 기준으로는 약 40만 발 분량”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의 무기 제공에 따른 대가로는 러시아가 군사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기술 협력이 지속된다면 북한 위성체의 성능이 점차 향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지난해 말 두 차례 엔진 시험을 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조만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이번달 안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7차 핵실험과 관련해선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언제든 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시기는 지도부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해 영향력 행사를 위한 최적의 시기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에 이어 한국도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과 함께,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최전방 감시 초소의 지하시설은 파괴하지 않아 수리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합의 파기 선언 직후 초소에 병력을 바로 투입한 것은 지하에 시설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파괴된 시설을 재건하는 공사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