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 정상이 11년만에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양 정상은 두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발전 등의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남북 정상이 한국에서 만남을 갖는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시작부터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양 정상이 예정에 없던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남측으로 넘어오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MDL 넘어 북측 지역으로 문 대통령의 손을 끌었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MDL 건너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예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당초 남북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눈 직후 한국 측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측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최초의 북한 최고지도자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남북 정상은 MDL을 넘은 직후 한국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습니다. MDL부터 정상회담장인 평화의집까지 깔려있는 빨간 양탄자 위를 양 정상은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300여 명의 한국 전통 의장대가 그 앞에서 행진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집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북측, 남측 수행원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수행인원 9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습니다.
평화의집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회담을 앞두고 가진 문 대통령과의 환담에서도 새로운 남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평화번영, 새로운 남북관계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출발점에 섰습니다. 이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오늘 현안 문제들, 양국 간 관심사들을 툭 터놓고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남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이 미래를 내다보고 손잡고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MDL을 넘어오면서 판문점은 분단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화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 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화도 통 크게 나누고 이를 통해 합의를 이뤄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수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을 주재했다는 점을 언급한 겁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북한)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이 방문했을 때 선제적(인 비핵화) 말씀을 해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 같은 말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남북 정상은 오후 일정으로 기념식수, ‘도보다리’ 친교 산책 일정 등도 소화했습니다. 남북 공동선언문 발표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그리고 남북의 수행원들이 참석하는 환영만찬이 열렸습니다.
남북관계 역사상 양측 최고지도자 내외의 만찬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인사들은 환영만찬에 이어 열린 환송행사를 마지막으로 북한에 돌아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