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사고 발생 4분 전 ‘조류충돌’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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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조종사가 사고 발생 4분 전 조류 충돌로 인한 조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날 발생한 여객기 사고 관련 기자설명회를 연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당일 아침 8시 59분쯤 조류 충돌에 따른 조난 상황을 선언했고, 이것이 처음이자 유일한 조류 충돌 신호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유경수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의 말입니다.

[ 유경수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8시 59분경입니다. 초 단위는 자료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59분경에 조류 충돌로 비상 선언을 하고 복행 하겠다고... (처음이자 유일한 것인가요?) 네,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렇습니다.

조류 충돌을 알린 신호를 보낸 뒤 불과 4분 만에 사고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고, 결국 랜딩기어, 즉 착륙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사고 여객기가 착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관제사와 소통이 끊겨 결국 착지를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남지역 경찰청과 소방본부 등 조사 당국은 이날 아침부터 사고 기체 부근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유해와 유류품을 수습하는 추가 작업도 이틀째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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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부는 사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병력 5백여 명과 소방차 등 장비를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 오늘(30일) 군 병력 지원 인원은 1백 60여 명입니다. 군은 사고 발생 직후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한 가운데 소방청과 협조 하에 장병 3백 40여 명 그리고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지원했고, 지금도 가용한 지원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회 여야 대표들도 잇따라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조문록에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최 대행의 분향소 방문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함께 했습니다.

이날 공식 취임한 여당 ‘국민의힘’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곧바로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당에서도 도울 수 있는 최대한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전남 무안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수습”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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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객들이 30일 오전 무안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의 애도와 위로도 잇따라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9일 성명을 내고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까운 동맹으로서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과 깊은 우정의 유대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위로 메시지를 통해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부상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쾌유하길 기원한다”고 전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희생자 가족과 한국 전체에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파트너로서 유럽은 슬픈 시기에 한국과 함께 한다”고 밝혔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등도 잇달아 위로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고 당일 최상목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위문 전보를 보냈습니다.

이번 사고로 서울시가 연말 ‘제야의 종’ 행사를 축소하기로 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정됐던 연말연시, 해맞이 행사를 줄이거나 취소하고 있습니다.

앞서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전날 아침 9시쯤 랜딩기어, 즉 착륙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 및 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모두 179명이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