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체포 탈북자 가족들, 주한중국대사관에 긴급구조 요청서한 전달
2019.04.30
앵커 : 중국 선양에서 체포된 9살 어린이를 비롯한 탈북자 7명의 가족들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체포된 가족들의 강제북송을 막아달라는 긴급구조 요청서한을 대사관 측에 전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선양에서 공안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9살 최양의 어머니를 비롯한 탈북자들의 가족들이 강제북송을 막아 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최양의 어머니는 30일 서울의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 나와 “체포 소식이 들리기 불과 하루 전에 딸과 통화하면서 곧 만나자고 약속했다”며 9살 난 어린 딸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양 어머니: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했으면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을 텐데 진짜 이런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정말 저에게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한변, 즉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이 자리에서 최양과 탈북자들을 가족에게 돌려 보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김태훈 한변 대표: 지난 27일부터 28일 사이 중국 요녕성 안산시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된 7명의 탈북자들이 현재 강제북송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7명의 탈북자들 중에는 만 9살의 여자아이까지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중국이 국제인권규범인 유엔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 만큼 유엔 난민협약에 따른 강제송환금지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이 헌법에 따른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고 구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방관한다면 한국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태훈 한변 대표: 이들 탈북자 7명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각고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같은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저는 부모 된 심정으로서 이들과 함께 중국대사관 앞에 가서 한번 몸부림이라도 쳐보자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돼서 목소리를 합하고 다 같이 몸부림 칠 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탈북자 가족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은 집회가 끝난 뒤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하려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대사관 우편함에 긴급구조 요청서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이 요청서에는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을 구출할 절차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추 대사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앞서 주한중국대사관 뿐 아니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구조 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기자들과 만나 “탈북자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한국행을 희망하면 모두 데리고 온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북자 지침이 바뀌거나 대응이 소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숨을 걸고 나오는 개개인 한 명 한 명을 안전하게 데려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가기를 원할 때도 자유의사를 존중해 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 북한인권단체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초 탈북해서 중국 선양에 은신 중이던 최양과 최양의 삼촌 강모씨 등 탈북자 7명이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한국 정부의 개입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