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설비 무단 이전해 임가공 의류 생산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19.05.22
NK_fabric_industry.jpg 개성공단의 한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근로자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설비를 무단으로 이전해 임가공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옮겨온 설비로 생산된 임가공의류는 밀수를 통해 중국에 넘겨진 다음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21일 ‘남한정부가 남한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승인했는데 반갑지 않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전화 질문에 "남조선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온다니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많다”면서 “우리 무역회사들이 개성공단 남한기업 소유의 설비를 협의도 없이 딴 곳으로 이전해 임가공의류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성공단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으며 지금도 임가공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이 짭짤하다”면서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설비를 점검하려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개성공단설비를 다시 제자리에 반납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되겠는데 평양본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해부터 힘있는 국가무역회사들은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의 허가를 받고 개성공단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면서 “지금도 개성공단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면서 조선무역회사들의 수출입규모는 대폭 줄어들고 외화벌이 적자폭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나라의 재정압박이 크다”면서 “몇 년 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난은 한층 더 심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신년사에서 당 중앙은 개성공단 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린다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 재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던 외화 수입이 당 중앙의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앙에서는 앞에서는 개성공단재개를 촉구하면서 뒤에서는 남조선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간 의류제품과 전자제품을 중국으로 밀수출해 절반 값으로 처분했다”면서 “그것도 모자라 개성공단 설비까지 무단으로 이전해 외화벌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사정이 이러한데 만약 가까운 기일 안에 남조선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공단설비들이 없어진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고 우리가 망신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당국이 남조선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당장은 허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앞서 2017년 10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해 내수용 의류와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보도 이후 북한은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라며 개성공단이 무단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공단을 일방적으로 가동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이후 2018년 8월 자유아시아방송(RFA) 은 한국 기업이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간 전기밥솥 완제품을 북한 당국이 중국에 밀수출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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