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 컴퓨터 광고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흉내 내는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러시아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지난해 세계적인 국제광고대회에서 연달아 수상했습니다.
30초짜리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된 이 광고는 한국말과 러시아말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델(Dell)이 휴대용 컴퓨터인 노트북을 러시아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서 만든 광고입니다. 광고가 시작되면 화면 중앙에 김일성 주석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앞에 두꺼운 테안경을 쓴 김정일 위원장이 등장해 인민군사령관과 고위층 각료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러시아식의 서투른 한국말 발음이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연설을 합니다.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당의 부름을 받고 천리마 속도로 앞으로 가자. 위대한 수령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러시아말로 이어진 광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왜 미국의 컴퓨터 광고에 왜 등장했는지 설명합니다. 이 광고문안은 화면 아래 나타난 영어자막을 통해서도 소개되는데 그 내용은 "북한이 설사 미국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델 컴퓨터의 품질은 부인할 수 없다. 델은 전 세계 전문인들이 선택하는 컴퓨터이다. " 란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 82개국에 지사를 둔 국제광고회사인 레오 버네트(Leo Burnett)사의 모스크바 지사가 지난해 "한국인들"이란 제목으로 미국의 델 컴퓨터회사를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이 광고는 2004년 11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가장 중요한 광고대회로 알려진 유럽 골든드럼 국제광고대회에 출품돼 텔레비전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제14회 모스크바 국제광고대회에도 출품돼 가정과 기업용 전자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미국 신문지상의 시사만화나 오락영화에 시대에 뒤떨어지고 인권유린을 일삼는 무모한 독재자의 모습으로 자주 풍자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광고에 나타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애틀-김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