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조류독감으로 최근까지 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당국이 조류독감 예방차원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국에서 개발 중인 조류독감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결과 조류독감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백신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강력한 면역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판명된 최초의 백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현재 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까지 조류독감이 상륙해 비상에 들어갔는데요, 아직은 실험결과이긴 합니다만 예방접종으로 조류독감을 미리 차단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나왔죠?
그렇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뉴욕타임즈 신문 등 미국 언론은 7일 미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성질환연구소가 발표한 조류독감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 백신은 미국의 3개 대학과 프랑스 백신 회사인 사노피-파스퇴르사가 개발했습니다. 이 백신을 6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으로 구성된 임상실험 지원자들에게 2차례 투여한 결과, 이들 몸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을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한 면역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알레르기.감염성질환연구소의 앤토니 파우치 (Anthony S. Fauci)소장은 이번 백신은 조류독감을 대항해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판명된 최초의 백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류독감이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한 시름 덜 수 있는 것인가요?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합니다. 백신 개발이 완전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파우치 소장은백신이 어떻게 사용될 것이며, 또 조류독감이 인체감염으로 전환될 때 다량으로 백신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해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선 아직 시행해야 할 실험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시험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경우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백신 개발이 최종적으로 성공해서 FDA, 즉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또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파우치 소장은 하지만, 실험 결과가 아주 확실하다며 인체 간 조류독감이 확산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백신을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백신이 최종적으로 개발 되서 시판 될 경우, 충분한 양을 생산해 보급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네, 미네소타 대학 유행병 연구.정책 센터의 소장 마이클 오스털홈(Michael Osterholm)박사는 7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이번 실험결과는 상당히 희망적이나, 조류독감이 전염병으로 확산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못하고 그냥 방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더구나, 이 백신은 예방용이기 때문에, 이미 감염된 환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조류독감 치료약으로 효과가 있다고 잘 알려진 약으로 타미플루 (Tamiflu)라는 약이 시판되고 있는 데, 이 약의 공급량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현재 24개 국가와 WHO, 즉 세계보건기구만이 이 약을 보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 조류독감이 러시아에서도 발생했는데요?
네, 8일 러시아 비상대책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를 비롯해 옴스트, 투? 등지에서 5천 여마리의 닭.오리와 야생 조류가 조류독감에 감염됐습니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그러나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는 없으며, 현재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조류독감 관련 사망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베트남에서 조류독감에 감염된 20대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이 추가로 사망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조류독감 사망자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경우 지난 2월 평양 닭 공장 등 세 곳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현재는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FAO, 즉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