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David Steinberg) 교수로부터 버마 사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원인을 버마 사회에 만연한 불만과 좌절감으로 꼽았습니다. 수십년에 걸친 군사독재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더 많은 반정부 시위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스타인버그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버마의 반정부 시위가 군사 정권의 강력한 탄압으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십니까?
David: I don't think it'll be settled.
해결될 성질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사정부가 계속해서 반정부 활동을 강력하게 탄압할 것이고, 반정부 시위도 수그러들겠죠. 버마 국민들의 불만과 좌절감은 더 깊어질 겁니다. 그러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반정부 시위들이 일어나는 계기가 또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버마의 야당이 정치적으로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합니다. 군사정권의 핵심세력이 지도부에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기 전까지는 버마에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버마의 이번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됐는데,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게 변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David: The cause goes much deeper into the society that is the growth of great frustration.
이번 반정부 시위는 버마 사회의 더 깊숙한 곳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만과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게 근본 원인입니다. 물론 정부가 아무 예고도 없이 기름값을 올린 것도 문제였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그랬듯이, 빈민층은 에너지 보조금이 삭감되면 거리로 나가 시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승려들을 구타해 놓고도 정부가 사과하지 않은 것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버마 사회에 불만과 좌절감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건이 터졌어도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을 겁니다. 이런 현상은 권위적인 정부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국민들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큰 불만과 좌절감에 빠지는 거죠.
지난 1988년에도 버마에서 대규모 반정부 운동이 있지 않았습니까?
David: In 1988 there was people's revolution. It wasn't just demonstration.
1988년에는 반정부 시위 수준을 넘어서 시민 혁명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 당시 국제적인 상황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86년 필리핀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결국 마르코스 대통령이 쫓겨났습니다. 1987년에는 한국에서도 사실상의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헌법이 바뀌고 민주화가 시작됐습니다. 1988년과 89년에는 버마 시민혁명과 중국 천안문 사태가 각각 일어났습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시민들이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고, 정권에 대항해 더 많은 힘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버마와 중국에서는 시민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한국의 경우 군사독재 동안에도 시민사회가 자랐지만, 버마의 경우에는 1948년 독립이후 군부가 사회전반을 모두 장악해 왔습니다. 군부의 일원이 돼야 고위층에 낄 수 있고, 사업을 하거나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서도 군부의 힘을 빌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과 좌절감이 깊어졌던 겁니다.
이번 버마 사태의 현장을 담은 화면이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을 통해 전세계에 생생하게 전해지면서, 버마의 현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커졌습니다. 지난 88년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David: In 1988 essentially there was none of this but that has changed.
88년에는 이번과 같이 국제사회의 여론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인터넷과 언론의 역할이 컸죠. 이게 큰 차이점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버마 정권을 바꾸어 놓을 수 있겠느냐는 건데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버마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버마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도 막후에서 조용히 압력을 넣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버마는 식량이 충분히 있고, 천연가스에서 얻는 소득도 엄청나기 때문에 해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버마 고위 관리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과거와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말해줍니다. 기술의 발달로 전세계가 하나가 돼가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이건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