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죽 아시나요” 북한 현실 체험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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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24일 서울 신촌에서 열렸습니다. 이 행사장에는 북한 사람들이 사실상 주식으로 삼고 있는 옥수수 죽과 주먹밥을 먹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는데요. 이걸 먹어본 한국 사람들이 ‘맛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거리 중 하나가 이곳 신촌입니다. 사람이 많다보니 어딜가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촌의 ‘창천 어린이 공원’ 근방에는 햄버거나 피자 같은 외국에서 들어온 음식을 파는 가게와 닭갈비 식당이 즐비합니다.

이런 풍경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24일 창천 공원에서 색다른 먹거리를 경험했습니다. 창천공원의 한 켠에서 시민단체인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겠다며 시민들에게 옥수수 죽과 주먹밥을 먹어 볼 수 있는 행사를 연 겁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먹는 텁텁한 맛과 푸르죽죽한 색깔의 옥수수 죽과는 많이 다릅니다.

행사요원: 옥수수와 옥수수 전분가루, 우유와 물을 넣고 끓인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하는 조리법은 아기 이유식으로 찾아본 거고요. 실제 북한에선 좀 더 안 좋은, 맛이 없는 그런 죽을 먹는다고 들었어요.

주먹밥도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행사요원: 이건 주먹밥인데요. 밥이랑 김이랑 참치를 넣었고, 참기름 같은 걸로 간도 했고요.

무심코 지나가다 행사장에서 들린 여고생들이 조그마한 종이컵에 옥수수 죽을 받아들고 ‘북한 음식은 어떤 맛일까’라는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맛을 봅니다. 여고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고등학생1: 괜찮은데.
고등학생2: 싱거워요.
고등학생1: 맛있는데, 내 입맛에 딱맞는데.

한 중년 여성은 자신도 6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급식으로 주던 옥수수 죽이 기억난다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중년 여성: 맛있네요. 고소하네. 우유도 넣었네요. 옛날에는 이런 게 너무 맛있는 거죠.

이렇게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음식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자 시민: 북한 사람들이 이것 먹으면 영양실조 걸린 사람이 하나도 없을껄? 나같아도 살찌겠는데.

하지만 행사 주최측의 생각은 다릅니다. 음식의 맛까지도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음식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인 옥수수 죽과 주먹밥을 북한 사람들은 아직도 먹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한국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면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셈이라는 겁니다.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의 김민수 정책팀장입니다.

김민수: 옥수수 죽과 주먹밥은 약간 상징적인 겁니다. 우리는 흔히 북한 사람들의 기아와 굶주림의 문제를 알고 있는데, 저희는 옥수수 죽과 주먹밥을 내세워서 실제 본질적인 문제가 더 깊이 있다는 걸 한국 사람에게 알리는 데 주목했구요.

이번 행사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뤘지만, 과거처럼 딱딱하지 않도록 꾸몄다고 행사 주최측은 말합니다. 정치적 색채가 담긴 구호와 북한의 굶주린 어린이를 보여주는 사진만 갖고서는 한국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김 팀장은 설명합니다.

실제로 날이 어두워지자 행사장에서는 음악과 마술 공연이 열렸습니다. 젊은이들의 춤판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북한 인권의 현실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틀고, 억울하게 죽어간 북한 주민들을 위해 북에서 온 무용수가 ‘살풀이’ 춤을 췄습니다. 김민수 팀장입니다.

김민수: 이런 자리를 통해서 실제로 와서 듣고 보는 건 공연이고 즐기는 건 놀이지만, 주제가 북한 인권이었다는 걸 한 번만 생각해 준다면 충분히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서울에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북한 인권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24일부터 이틀 간 진행하는 ‘2009 북한인권국제회의’에 때맞춰 개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