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질적 식량난, 상위층 독식구조 때문

전 세계적인 곡물값 상승으로 인해 북한이 올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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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처럼 고질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은 상위층이 경제를 독식하는 경제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근본적 원인은 1953년 8월 노동당 제6차 전원회의를 통해 토지와 기타 생산수단을 통합하고 농민들의 공동 노동에 기초해 농업 생산을 진행하는 '농업 협동화' 방침이 채택되면서 부터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협동농장은 자신의 소유가 아닌데다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하다 보니 생산 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에 1958년 8월 농업 협동화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땐 북한 사회 전반적으로 농업 생산이 둔화될 조짐을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비료와 농기계가 안정적으로 공급됐지만 중소 분쟁 등 대외관계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지원이 급감하면서 식량 부족이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했고, 8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들이 체제 문제로 동요 일으키자 안정적 물자 공급원을 잃은 북한은 전반적인 경기 하락을 겪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입니다.

협동화를 통해 농업 생산을 한다는 이 사회주의 시스템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가 있고, 이런 것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결국 중국이나 소련, 특히 동유럽... 이런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이 줄게 되면서 결정타를 맞게 된 것입니다.

북한 경제가 몰락하고 주민들이 굶주리게 된 데는 사회주의 시장과 경제권이 붕괴된 원인도 있지만 북한의 중앙계획경제 원칙이 왜곡되고 변질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광업과 임업, 농업과 경공업 등을 포괄하는 내각이 운영하는 '인민 경제'와 최고 통치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당과 군부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궁중경제'로 이원화돼 있는데 소수를 위한 궁중경제가 더 비대해 짐에 따라 북한내 경제구조가 비정상적 형태를 띠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광진 선임연구원입니다.

당경제와 군수경제를 다 합해서 북한 경제는 현재 좀 많으면 한 60% 정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추정이 됩니다.

김광진 연구원은 북한 전체 인구의 10% 가량인 북한 상위 계층이 북한 경제의 60%를 독점하고 있는 셈이며, 군부와 중앙당이 궁중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당39호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의 규모는 2000년을 기준으로 인민경제 규모와 비교해 217배나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국가의 재원이 궁중경제에 집중되다 보니 북한 인민들은 식량난을 포함해 전반적인 생필품난을 겪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광진 연구원입니다.

그런 외화 재원을 200배가 넘게 독식을 하니까... 결국은 주민들의 식량사정... 그리고 인민경제로 돌아가는 농업... 이것이 더 악화되거나 회복이 안 되고 있지요.

북한 지도부도 북한경제가 이 같은 구조적 결함으로 겪고 있는 폐해를 인식하고 있으며, 때문에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경공업 발전과 주택문제 해결 그리고 먹는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북한 정권은 배고픔으로 인한 체제 불만 요인을 고려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은 설명합니다.

농업 증산을 위한 정책은 다른 모든 부분... 경공업이나 주택 보다... 동시에 강조가 되면서도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그런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업 증산을 위해 북한 정권은 퇴비 생산과 토지 정리, 그리고 비료와 농약 생산과 관련된 산업을 우선적으로 정상화 시키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북한 경제의 전반적으로 낙후된 구조 때문에 식량난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조명철 소장은 지적합니다.

조명철: 문제는 이러한 목표들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현재 안 갖춰져 있다는 데 있죠.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식량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특히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상위층만 혜택을 누리는 왜곡된 경제 구조에 덧붙여 공동생산 공동분배가 원칙인 농업 협동화 제도의 실패와 취약한 산업 기반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