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 간부들 일본산 담배 구입에 고심
2015.01.02
앵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양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후 수입담배 통로가 막히게 되자, 일본 담배에 중독된 고위 간부들 속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양담배 수입금지 조치가 내리자, 일본 담배를 즐겨 피우던 고위 간부들 속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시의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양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지시한 후 대부분 장마당에서 중국 담배가 아예 자취를 감췄고, 장마당 한쪽 구석에 진열되던 세븐(SEVEN)이나, 피스(PEACE) 같은 일본 담배들도 사라졌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김정은이 “우리 담배도 많은 데 왜 하필이면 외국담배를 피우는가?”고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한두 개 상표(브랜드)를 만들더라도 질 좋게 생산하라”고 지시하면서 외국담배가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담배인 ‘세븐’과 ‘피스’에 중독된 고위 간부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는 “피스 담배는 북한에서 군당책임비서급 간부들이 즐겨 피우던 담배인데 고가여서 대부분 뇌물로 오갔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피스 담배가 한 갑당 4.2달러나 하는 데 비해 일반 사람들이 즐겨 피우는 북한 담배 ‘여명’은 신의주 장마당에서 0.7달러에 팔리는 등 가격차이가 무려 6배나 납니다.
북한에서 담배는 일종의 권력과 부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 고위 간부일수록 비싼 외국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남한의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대표도 “피스 담배는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담배인데, 이례적으로 이를 고정시켜 놓고 피우는 북한 간부들이 제법 있다”고 북한 내부 동향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간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일본 담배를 피우지 못한 고위 간부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2015년 새해부터 한국에서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곳곳에 금연구역을 설치하자, 흡연자들 속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 지시 이후 국경을 통해 들여오던 일본 담배가 뚝 끊기고, 밀수로 들여온다는 얘기는 아직 없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양담배 금지 지시를 내린 것은 북한 내부에 만연된 외국 문물을 차단하기 위한 일환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외국산 담배를 막는다고 해서 북한 간부들의 소비욕구를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94년에 외화를 절약한다고 간부들에게 양담배 금지령을 내렸지만, 몇 달 뒤 없던 일로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고위층 탈북자는 “당시 간부들이 김정일이 영국산 로스만을 즐겨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양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에 따르면 김정은은 10대 중반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담배인 ‘이브생로랑’을 즐겨 피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