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부대·돌격대에 가축사료용 강냉이 공급 중단
2024.10.01
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게 식량으로 내어 주던 중국산 가축사료용 강냉이의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당국이 지역 주둔 인민군 부대들과 돌격대원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하던 중국산 사료 강냉이의 공급을 중단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양강도 주둔 인민군 부대들과 돌격대원들에게 식량으로 제공하던 중국산 짝매 강냉이의 공급이 9월초부터 완전히 중단되었다”면서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불만이 너무 커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짝매 강냉이는 통 강냉이에서 눈을 분리해 기름을 짜고 남은 알맹이”라며 “중국에서 짝매 강냉이는 돼지나 오리의 사료”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사료 강냉이와 밀을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수입해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한 것은 과거 1990년대부터”라며 “우리나라(북한) 사람들 치고 특별한 간부나 돈주가 아닌 이상 중국산 사료용 강냉이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짝매 강냉이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중국과의 무역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 수입되지 않았다”며 “이후 코로나가 종식되고 중국과의 무역이 다시 시작된 2023년에는 중국산 식용 강냉이가 수입되었으나 사료인 짝매 강냉이는 수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드디어 짐승 사료에서 해방되었다’고 기뻐했다”며 “그런데 올해 5월부터 양강도 혜산세관을 통해 짝매 강냉이 수입이 다시 시작되었고, 수입한 강냉이를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하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짝매 강냉이는 밥을 해먹기 위해 쌀처럼 분쇄하면 모두 가루가 되어 버린다”며 “하는 수 없이 가루를 내어 입쌀에 섞어 먹든지,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식사 양이 너무 줄어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굶주린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은 주변 농장이나 주민들의 밭을 습격해 훔친 농작물로 배를 채워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불만도 높았고,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농장과 농촌 주민들의 불만도 매우 거셌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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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6일 “지난 8월 말, 김형직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동원되었던 군인 건설자들이 사료용 강냉이로 음식을 하는데 반발해 식사당번 병사들을 집단으로 구타해 병원에 실려가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짝매 강냉이가 다시 수입돼 식량으로 둔갑하자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분노가 치솟은 것”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8월 31일, 양강도당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짝매 강냉이의 공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입해 들이는 짝매 강냉이는 혜산기초식품공장과 삼지연식료공장에 보내 된장 원료로 사용하도록 조치했다”며 “된장 원료로 사용하고 남은 강냉이는 혜산시 검산동에 있는 2호창고에 보내 전시예비물자로 보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양강도 주둔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겐 양강도가 전시예비물자로 보관하고 있던 국산 강냉이를 식량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의 반발이 너무도 거세 앞으로도 그들에게 가축사료용 강냉이나 밀을 식량으로 공급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과거에는 주는 대로 먹는 것이 군대와 돌격대라고 했는데 이제는 세대가 바뀌면서 군인과 돌격대원들도 고분고분하지 않다”며 “당과 수령(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가 아닌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따지고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요즘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사료용 밀과 강냉이를 수입해 주민들과 군인들, 돌격대원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온 내용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