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수해복구’에 불만 속출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09.17
보여주기식 ‘수해복구’에 불만 속출 지난 7월말 수해를 입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도착한 김정은 총비서.
/연합뉴스

앵커: 김정은 총비서가 오는 10 10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한 신의주 수해복구 현장, 주민들과 건설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수해 재발을 막기 위한 복구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복구라는 비판이 현지에서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돌아보고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투입을 지시한 신의주 수해복구 현장에서 살림집 벽체쌓기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제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완성된 살림집들이 모습이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 현지 소식통들은 주민들과 건설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4현재 신의주 수해복구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와 당원돌격대를 비롯해 총 135천 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오는 1010일까지 살림집건설을 완공해 수해복구를 끝낸다는 것이 중앙의 의지라고 전했습니다.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지난 727일에 쏟아진 폭우로 압록강의 섬들이 물에 잠기면서 42여 명의 주민들이 헬리콥터로 구조되었습니다. 이날 내린 폭우로 신의주와 의주군에서 살림집 42백여 세대, 공공시설 2백여 개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해가 발생한 이후 11일이 지난 87, 평양에서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을 가지고 수해 현장에 30만 명의 복구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그중 135천여 명이 신의주 수해복구에 투입되었고 나머지 인력은 양강도와 자강도의 수해복구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복구 인력이 투입된 때로부터 40여 일이 가까워 오는 지금에 와서야 살림집의 벽체를 올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살림집 건설 구역이 제대로 확정되지 않은 데다 시멘트와 모래가 제때 보장되지 않아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기존의 압록강 섬들에 살림집을 지을 경우 장마철 쉽게 물에 잠길 수 있어 새 살림집을 육지에 짓자는 의견이 많았다하지만 817, 원래 자리에 더 크고 훌륭한 살림집을 지으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 뒤늦게 섬에서 살림집 기초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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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의 민간위성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위화도의 위성사진에서 지난 7월 말 압록강 대홍수로 인해 경비 초소가 사라지고 경비대 병영이 훼손된 것이 확인된다. /분석 - 제이콥 보글(Jacob Bogle), 이미지 - Planet Labs, Google Earth

 

또 소식통은 건설에 필요한 모래는 평안북도 주둔 해군 12전대와 신의주에 있는 압록강건설사업소가 맡았으나 운반 수단이 턱없이 부족해 제때에 보장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모래 부족으로 살림집 건설에서 선행되어야 할 벽돌 생산이 늦어지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벽돌을 충분히 생산했으니 앞으로 살림집은 놀라운 속도로 건설될 것이라며 현재 12세대의 표준 살림집들을 건설하는데 매 동마다 60명의 인원이 배정돼 주야로 일하고 있어 열흘 정도면 건설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살림집 건설이 끝나야 도로와 큰물(홍수)방지 제방을 비롯한 후속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6압록강의 섬에 살던 주민들은 새 살림집이 일떠서는 모습에서 희망이 아닌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큰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집을 지어 앞으로 해마다 수해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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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중국과 가까운 섬 주민들은 담당 안전원과 보위원의 승인 없이 마음대로 육지나 다른 섬으로 이동할 수 없어 수용소에 갇힌 거나 마찬가지였다게다가 이번 폭우로 자칫 섬에서 살다가 가족들 통째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우로 집을 잃게 되자 드디어 뭍에서 살게 되었다고 기뻐한 것이 이곳 섬 주민들이라며 그런데 또 섬에서 살라고 하니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도 노골적인 불만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돌격대원들은 벽돌을 등짐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주야 교대로 하루 14시간씩 일한다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데 쥐와 빈대가 하도 들끓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에서 돌격대원들을 위해 주변 염주군과 용천군 어민들에게 바닷물고기를 보장할 것을 지시했으나 낡은 목선뿐인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돌격대원들은 반찬도 없이 강냉이와 입쌀을 섞은 밥에 양배추가 조금 뜬 소금국만 먹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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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가 폭우로 침수된 모습. /REUTERS

 

소식통은 단순히 돌격대 숙소에만 쥐와 빈대가 많은 게 아니라며 장마당에서 중국산 쥐약과 빈대약이 사라지고 나서 전국 어디나 쥐와 빈대, 바퀴벌레가 들끓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쥐약과 빈대 약은 무역 거래 품목에 속하지 않아 중국에 가족 친척 방문을 다니던 사람들이 들여와 장마당에서 팔았다면서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가족 친척 방문이 중단되면서 쥐약과 빈대약도 장마당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돌격대원들이 걸핏하면 조용원(노동당 조직비서)과 김덕훈(내각총리)을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김정은을 에둘러 비난하는 것이라며 수해 재발을 막기 위한 복구가 아니라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속도전에 초점을 맞춘 복구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정은이 이렇게 수해복구를 들볶는 원인은 중국을 통해 자신을 세상에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돌격대원들은 판단하고 있다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물에 잠길 섬에 보여주기 식으로 허겁지겁 다시 집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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