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FAO “북 수해 구호 요청 없어”
2024.08.09
앵커: 유니세프(UNICEFˑ유엔아동기금)와 유엔식량농업기금(FAO)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지난달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신의주 일대 구호 활동에 대한 지원 요청을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치아라 프리손(Chiara Frisone)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9일 북한 측으로부터 수해 구호 활동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원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유니세프는 지난달 31일 자신들이 북한에 미리 비축해둔 식사, 위생 및 보건 물자들을 이번 북한 수해 구호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 북한 당국과 논의 중이라며 이 물자들은 북한 측이 요청하면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에는 자신들을 비롯, 북한과 협력하는 유엔기구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수해 피해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유니세프 구호 물자 사용에 대한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앨런 다우(Allan Dow) 유엔식량농업기구 아시아ˑ태평양 지역 담당 대변인도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수해 구호 지원 요청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우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북한 측으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는 9일 집중 호우로 큰 수해를 입은 북한에 대해 중국이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북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왕 대사는 전날 대사관 외교관들을 대동하고 평안북도 신의주 수해 지역을 방문해 “중국은 전통적·우호적 이웃 국가로서 조선의 재난 구호와 재건 사업 필요에 따라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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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당국이 최근 관계가 심화되는 러시아의 수해 구호 지원 제안도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중국에 수해 구호 도움을 요청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큽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 측에 수해 피해에 대한 인도를 전하면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일 북한 총비서는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해 밝혔습니다.
한국도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의 수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북한은 수해 복구를 위해 유엔기구나 중국, 러시아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자력 복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7일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에서 지난달 말 발생한 압록강 인근 지역 수해 복구를 ‘건설 대전’이라고 독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는 북한의 대형 토목·건설 공사에 수시로 파견되는 청년단체인데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신의주시와 의주군 수해 복구에 나선 청년이 3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30만명의 주민이 동원된 건 그만큼 홍수 피해가 컸다는 의미라며, 특히 과거 국제사회나 유엔 기구로부터 지원을 받던 때와 달리 코로나 이후 지원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체 복구에 더욱 적극적인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는 최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요청하겠다’며 제안을 거부한 것은 수해 복구를 위한 북한의 자체적인 역량이 아직 있음을 의미하거나 국제사회 도움을 받을 시 외부에 비춰질 북한 정권의 나약한 모습을 우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