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세’ 외친 북 수해민 보위부에 끌려가”
2024.08.23
앵커 : 북한 수해 지역에 러시아가 지원한 수해 물자가 공급됐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다 즉 버터가 공급돼 주민들은 반색했는데, 이런 가운데 ‘푸틴 만세’라고 말한 주민이 국가 보위부에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주, 북·러 철도(라선-하산)가 연결된 ‘두만강 역’으로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과 사탕가루(설탕), 빠다(버터), 식용유 등 수해 지원 물자가 화물열차로 들어와 수해 지역에 공급되자 국가보위부가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가(4인 가족 기준 약 50~60킬로) 공급됐다”며 “러시아가 보내 준 수해 지원 물자”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지원 물자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하산과 연결된 라선시의 두만강 역을 통해 기차 빵통(화물칸)으로 들어와 다시 기차로 각 수해 지역으로 운송돼 의주 수해민들도 공급받은 것이라고 철도 간부에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몇 개의 빵통(화물칸)에 얼마만큼의 수해 물자가 도착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특히 쌀과 밀가루를 제외한 일부 물자는 ‘8.15’에 맞춰 특별 공급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8.15명절 물자’로 수해민 한 세대 당 콩기름 1킬로와 빠다(버터) 200그램씩을 공급했는데 특별공급 물자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들에게 빠다(버터)는 서양에서 빵에 발라 먹는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접하지 못한 음식이며, 이런 빠다(버터)가 수해민에게 공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런 가운데 “물자를 공급받은 한 40대 여성 수해민이 임시 숙소 천막 안에서 ‘푸틴 만세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적발돼 의주군 보위부로 끌려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이 수해민에게 제공한 임시 숙식 장소는 중국에서 수입한 야외용 천막으로 세워졌으며 각 천막마다 2~3세대, 6~9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 여성은 보위부에서 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지만, 수해민들은 당국이 임시 숙소 안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스파이를 심어 놨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3명이 모이면 1명은 보위부 감시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민 감시가 일상화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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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 동경 차단 위해 ‘사회주의 포기’ 러시아 비난”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뿌찐(푸틴)이 무상으로 지원해 준 식량과 사탕가루(설탕), 빠다(버터) 등이 수해민들에게 공급되자 수해민들 속에서는 (러시아가)고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서 지원해 준 수해 물자라고 특별히 설명하지 않았으나 “나눠주는 밀가루 지대(포장마대, 자루)에 러시아 글자가 써있어서 수해민들은 해당 물자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알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수해민들이 이번 지원에 특별히 고마운 감정이 드는 것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빠다(버터)'를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된 게 최고 존엄의 사랑이 아니라 러시아 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보위부가 수재민들의 임시 숙소인 천막마다 심어놓은 스파이를 통해 ‘뿌찐(푸틴) 만세’라고 말을 한 여성을 색출해 보위부로 끌고가 ‘사상 검토 비판서’를 쓰게 하고 ‘다시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했다는 소식이 수해민들이 밀집되어 있는 천막 숙소에 널리 퍼졌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러시아 지원 물자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데 ‘뿌찐 만세’라고 한 게 무슨 죄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러시아 뿌찐(푸틴) 대통령의 홍수 피해 관련 위문 서한을 소개하며 이에 대해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