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김정은 귀국 속 북 주민들 ‘러시아서 식량온다’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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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마무리됐습니다. 주민들 속에서는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식량, 원유 등을 지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9년 4월, 집권 후 처음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총비서. ‘보릿고개’가 한창이던 당시의 북한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환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최소한의 식량 지원이라도 이끌어내 당장 시급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는 북한이 요구한 10만 톤의 밀을 5만 톤으로 줄여서 지원하자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향해"노련하지 못한 지도자"라는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관련기사)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있었던 김정은의 2차 러시아 방문 역시 2019년과 닮은 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북한 현지 주민들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기자와 연결된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로씨야(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에게 뿌찐(푸틴) 대통령이 식량과 전기, 원유와 천연가스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으며“지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민들 속에 매우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러시아가 대규모로 우리(북한)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16일) 오전, 기관장 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온 지배인과 초급당 비서로부터 직접 들었다”면서“나만이 아니라 우리 공장 종업원들이 다 같이 듣고 크게 환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지배인과 초급당비서도 러시아가 여러 가지로 많은 지원을 한다고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만큼 지원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기관장 회의에서 러시아의 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상당하게 나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7일“뿌찐이 김정은에게 많은 선물을 했다는 이야기를 제노라(내노라)는 간부들은 모두 떠들고 있다”면서“9월 초부터 각 시, 군에 전시 식량을 보관하는 2호 창고와 전시 연료를 보관하는 4호 창고를 긴급 정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을 보면 식량과 원유 지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소식들과 관련해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러시아가 무엇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으나 정확한 내용은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2019년, 김정은이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요즘과 같은 이야기들이 무수히 나돌았으나 나중에 보니 모두 과장되거나 거짓인 내용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양산되는 배경에 대해 “김정은이 해외 방문을 할 때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요란을 떠는 우리(북한)의 선전선동 시스템 때문”이라며“앞날이 꽉 막힌 주민들에게 남 먼저 희소식을 전하려는 개별적 간부들의 심리적 충동도 근거 없는 이야기의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결과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은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김정은에게 큰 독이 될 것”이라며“당장 식량이 시급한 주민들에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결국 김정은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낙인찍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7일 러시아 방송에 나와 북한에 식량 원조를 할 준비가 됐다고 전달했지만 북한 측이 원치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2020년 5만 톤의 밀을 북한에 무상 제공한 러시아는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때 밀 원조를 다시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지만 북 측은 '괜찮다'며 거절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